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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몰래 나무 심어 사과 땄더라도… 대법 “횡령ㆍ재물손괴죄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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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24 13:00:42   폰트크기 변경      
1ㆍ2심 벌금형 선고→ 대법,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토지 소유주가 장기간 외국에 사는 동안 몰래 사과나무를 심고 사과를 땄더라도 횡령죄나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쯤 B씨가 소유한 경기 시흥의 토지에 B씨 모르게 사과나무 40그루를 심은 뒤 2021년 10월 약 80개의 사과를 땄다.

외국에 살던 B씨는 2022년 10월 A씨가 자신의 땅에 사과나무 등을 심은 사실을 알게 되자 ‘토지 점유ㆍ사용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사과나무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벌어졌다. B씨의 요청 이후에도 A씨는 약 160개의 사과를 땄고, 결국 절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절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대신,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재물손괴ㆍ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021년 사과를 딴 것은 재물손괴죄, B씨가 토지 점유ㆍ사용 중지를 요청한 다음인 2022년 사과를 딴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ㆍ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며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ㆍ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됐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과를 따는 행위는 사과나무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인 만큼, A씨가 B씨 소유의 사과나무에서 무단으로 사과를 땄더라도 사과나무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어서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횡령 혐의도 무죄라고 봤다.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ㆍ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며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로부터 토지의 점유ㆍ사용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위탁신임관계가 형성돼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위해 사과를 그대로 보관ㆍ유지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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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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