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법원의 강제집행이 일부 위법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되지 않는 한 효력이 인정돼 해당 부동산에 침입하면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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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부동산 강제집행 효용침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건은 A씨 가족이 함께 살던 충남 천안의 주택을 두고 벌어졌다.
A씨의 부친인 B씨는 본인 소유 주택을 딸인 C씨(A씨 여동생)가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주택인도소송을 제기해 2020년 2월 승소했다. 이후에도 집을 돌려받지 못하자 B씨는 이듬해 6월 법원의 인도집행을 통해 강제로 주택 점유를 이전받았다.
그런데 강제집행이 이뤄진 당일 밤 C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 A씨가 잠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주택을 점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음날 A씨는 B씨로부터 주택을 매수한 새 집주인 쪽에서 도배를 위해 주택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가재도구를 갖다두는 등 한 달 가까이 주택을 점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은 강제집행으로 명도ㆍ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는 등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처럼 부동산 인도집행의 상대방이 되지 않은 공동점유자가 인도집행을 마친 부동산에 침입한 경우에도 범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자신이 잠을 자거나 숙소로 단기 임대하는 등 해당 주택을 관리ㆍ점유해 온 만큼 C씨만을 대상으로 한 법원의 강제집행은 위법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1ㆍ2심은 A씨를 주택의 공동점유자로 인정해 A씨가 점유한 부분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은 위법하다고 봤다. 해당 주택이 B씨의 소유지만 과거 가족이 함께 살았을 뿐만 아니라, 별채에 A씨 방이 따로 있었고 A씨가 공과금을 납부하는 등 주택 일부를 지배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다만 1ㆍ2심은 “주택의 인도집행이 종료돼 그 시정장치까지 교체된 이상 그에 대한 점유는 B씨에게 이전됐다”며 A씨가 주택에 침입한 것은 인도집행의 효용을 침해한 행위인데다, 민법상 자력탈환권의 행사로도 볼 수 없어 유죄라고 판결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법원의 강제집행 효력은 그 처분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속된다”며 “집행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그 집행 전체의 효력을 부정해 집행 전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법한 인도명령의 집행으로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점유는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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