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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여름 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다. 휴가가 끝나고 나서 느끼는 공허함은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반응일 것이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아무리 즐거운 일도 노는 것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다. 직장에 나가 덜(?)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은 급여 생활자 대부분이 그렇듯 일하지 않고서 살아갈 수가 없어서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활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내가 직접 만든 것이 없다. 옷이나 신발은 물론 냉장고에 있는 음식도 원재료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온 것들이다. 일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생필품을 못 구한다. 하늘에서 돈다발이라도 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일해서 버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데 이렇게 필수적인 돈의 종류가 많다.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처럼 대부분 국가들이 자국 화폐가 있을 테니 돈의 종류는 국가의 수에 어느 정도는 비례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급여로 받는 돈은 그 나라의 법정 화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면 원화를 받고, 일본에서 일했으면 엔화를 받는 식이다.
나라마다 다른 화폐가 통용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금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국가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주로 통용되는 데는 국가가 지정된 화폐로 세금을 내도록 강제해서다. 아무리 많은 달러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려면 원화로 환전해야 한다. 국가가 최종적인 화폐 사용처라는 보증을 통해 화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화폐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화폐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유통회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이 대표적이다. 많은 곳에서 물건값으로 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지만, 월급을 상품권으로 준다고 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까.
물론 국가가 보장한 화폐라고 무한한 생명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화폐가 현실에 의미가 없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해 돈의 가치가 급락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신뢰를 잃어버린 화폐는 화폐가 아니라 종잇조각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은 가치 변동이 심해 돈이 되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론적으로 발행량이 무제한인 법정 화폐와 비교해 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자산의 개념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정 화폐와 가치를 고정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가상자산이 지급결제에 활용도가 높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있었지만, 높은 변동성으로 돈이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안착한다고 하더라도 코인에 대한 보증수단(준비금)이 결국 법정 화폐일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돈을 대체하기가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형태의 돈이 등장할 가능성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급여 생활자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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