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라는 참혹한 현실을 계기로 시작된 이 제도는 불과 2년여 만에 잊혀져가고 있다. 골재 유통이력관리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골재가 채취원에서 레미콘 제조 현장까지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쉽게 설명하면 소고기 이력제와도 유사하다. ‘송아지 출생→사육→도축→가공→유통→소비자’로 이어지는 이력관리를 ‘골재 채취원→가공→운송→레미콘 제조→건설현장’로 동일하게 연결하는 구조다.
문제는 우리나라 골재업계의 현실이 이런 시스템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형 골재업체는 “2∼3명이 일하면서 수기로 골재전표를 작성한다”, 레미콘업계에서는 “골재채취업체별로 공급받는 골재 품질을 제각각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제시한 의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영세업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골재자원정보시스템(AGRIS) 의무 등록은 단순한 업무 추가가 아닌 운영 방식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주목할 점은 업계 내에서도 규모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 골재업체들은 이력관리제를 찬성하는 반면, 소형업체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견차가 아니라 각자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형업체 입장에선 이력관리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춘 이들에는 추가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형업체에는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위협 요소가 된다.
골재 유통이력관리제를 추진하려는 국토교통부가 처한 딜레마도 이해할 만하다. 건설안전사고 재발 방지라는 절박한 목표와 업계의 현실적 수용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불량골재를 퇴출시킬 방안’이라는 취지는 명확하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영세업체들이 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기검사보다 5배 이상 불량골재를 걸러낼 수 있는 수시검사 확대에 따른 비용도 골치다. 연평균 1억3200만원의 추가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정책 설계의 치밀함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 없이 제도 시행안을 꺼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건설 안전에 대한 타협이 없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참사가 보여준 것처럼, 불량골재로 인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안전이라는 목표와 현실이라는 제약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회와 국토부, 그리고 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한형용 기자 je8da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