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웃 땅 주인이 길을 막은 경우 돌아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더라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면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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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통행방해금지 및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경기 광주시에 있는 640㎡ 규모의 땅을 사서 수박과 두릅 등을 재배했다. 이 땅은 진입도로가 없는 맹지(공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토지)이다 보니 A씨는 인근 B씨 땅을 통해 드나들었다.
문제는 2021년 8월 B씨가 자기 땅에 ‘주인의 승낙 없이 모든 통행을 금한다’는 알림판과 함께 펜스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B씨에게 토지 통행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에 나섰다.
재판 과정에서는 토지 주변에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경우에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맹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돼 펜스를 철거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통행을 막더라도 A씨의 토지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둑길을 따라 작은 야산을 지나야 하는 등 사실상 통행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반면 2심은 “B씨 토지가 A씨 토지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거나 B씨 토지 대신 뚝방길과 임야를 이용하는 데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볼 수 없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다른 토지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미 기존의 통로가 있더라도 토지의 이용에 부적합해 실제로 통로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둑길을 통해 A씨 토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임야를 통과해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도 존재해 사람은 통행할 수 있더라도 농작물이나 경작에 필요한 장비 등을 운반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둑길과 임야가 A씨 토지를 위한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A씨는 B씨 토지를 통행하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거나 출입하는 데 과다한 비용을 요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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