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판사들이 국비로 교육을 받은 뒤 정해진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하는데도 대법원이 교육비 환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가 국회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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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경제 DB |
27일 2024회계연도 대법원 소관 결산안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위탁교육 이수자 중 퇴직자에 대한 교육비 환수 조치가 미흡하다”며 “예산집행의 적정성과 신뢰성, 나아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사들과 법원 공무원들의 직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다양한 국내 위탁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비는 예산으로 편성ㆍ집행된다.
‘법관 및 법원공무원 국내위탁교육훈련 내규’에 따라 위탁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최소 1년에서 최대 6년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 법원에서 계속 복무해야 한다. 의무복무 기간은 △사이버학사과정, 국내외국어연수과정(주간), 국과장교육은 1년 △석사과정, 디지털포렌식은 3년 △법학전문대학은 6년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법원 내규는 위탁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교육 도중 중도에 포기하거나, 훈련기간 중 면직된 경우, 연수 종료 이후 정해진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은 경우에는 교육비 전부나 일부를 환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퇴직에 따라 교육비 환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퇴직 전 환수 대상자가 자발적으로 반납하거나, 퇴직 후 교육비 반납을 안내하는 고지서를 보내 자발적인 반납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교육비를 반납하지 않으면 환수 대상자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위탁교육 대상자 명단 등을 들여다보니 교육비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는 게 법사위의 지적이다.
법사위에 따르면 A 전 부장판사는 2022년 3월~2024년 3월 KAIST 석사과정 교육비로 약 9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의무복무 기간 3년을 채우지 않은 채 지난 2월 명예퇴직했다.
B 전 부장판사도 2023년 3월~올해 2월 디지털 포렌식 과정 교육비 약 3900만원을 지원받은 뒤 의무복무 기간 3년을 채우지 않고 지난 2월 의원 면직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환수 실적은 없는 상태다.
법사위는 “위탁교육 경비 환수 체계에 일정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교육비 환수 의무가 발생했는데도 사전 조치 없이 명예퇴직 승인이 이뤄지거나 교육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비용 환수 없이 의원면직 승인이 이뤄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법사위는 “명예퇴직은 심사를 거쳐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승인되는 제도인데도 환수 대상 여부에 대한 검토가 누락되거나, 환수 절차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을 승인한 것은 행정적으로 부적절한 조치”라며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교육 중에 의원면직 신청을 승인한 것 역시 부적절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명예퇴직ㆍ의원면직 등 퇴직 승인 절차와 연계해 교육비 환수 대상인지 사전에 확인하고 미환수 금액이 있는 경우에는 퇴직 승인을 보류하거나, 명예퇴직 수당 산정 시 공제ㆍ상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AㆍB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교육비 환수 절차를 단계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가 납부기한을 정한 반납고지서를 송달했는데,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화, 메일 등을 통해서도 신속한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퇴직으로 환수 사유가 발생한 법관 및 법원 공무원에 대해 퇴직 전에 환수 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인사담당 부서와 더욱더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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