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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7일 산학협동연구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의 경제학’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봉정 기자.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최근 금융시장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정책 환경 차이를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과 달리, 국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실수요가 부족해 적정 자본규제가 없으면 과열, 출혈 경쟁 우려가 크고 각종 금융사고나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7일 산학협동연구포럼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의 경제학’을 주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미국은 이미 300조원이 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라는 공룡이 야생에서 뛰어놀고 있는 상태”라며 “지니어스(GENIUS) 법안은 이 공룡을 쥬라기 공원 안으로 데려오는 제도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공룡 자체가 없어서 동물원 안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공룡을 만들어보려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지니어스 법안은 거대한 역외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회귀를 유도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는 90% 이상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발생하지만 한국은 수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도화의 명분과 실익이 비교적 약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면 출혈 경쟁과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일부 법안에서 최소 자본금 요건을 5억~50억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진입장벽을 낮추면 상표권 경쟁, 포인트 경쟁, 이자 경쟁 등 과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준비자산 운용에서 고위험 자산 편입이나 감사 직전 일시적으로 안전자산을 보유하는 규제차익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은행과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 자본금 규제가 아니라 은행 수준의 자본비율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은행 예금이 이탈해 대출 여력이 감소하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대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준비자산이 단기 국채에 집중되면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과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조차익 유출 문제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나눠 갖는 주조차익을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가져가게 될 수 있다”며 “테더처럼 해외 역외 발행사가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국내 유통 제한 등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미 공룡이 뛰어노는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단계지만 한국은 이제 공룡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화만 서두르면 과열 경쟁과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으나, 향후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혁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엄격한 규제하의 제도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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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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