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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수도권 집값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을 우려해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이르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면서도 “유동성을 과다 공급함으로써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해 부동산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아직 가계부채가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6·27 대출 규제로 단기 과열은 진정됐지만,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열기가 남아 있어 대책 효과를 당분간 더 지켜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동결 배경에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부담도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연 4.25∼4.50%)는 한국(연 2.50%)보다 2.00%포인트(p) 높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격차가 2.25%p 이상으로 벌어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0.8%에서 0.9%로 소폭 올렸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 내수 회복 조짐 등이 반영됐다.
이창용 총재는 “성장률을 0.2%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수출”이라며 “지난달 말 타결된 대미 협상 결과 평균 관세율은 5월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경기 부진은 성장률을 0.3%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유지한 것은 내수 개선 흐름에도 미국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 둔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됐음에도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오는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5명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2.50%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1명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동결을 주장했다.
이 총재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때까지는 낮은 성장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내달 16~17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작년 12월 이후 금리 인하가 재개될 경우 한은도 오는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통화정책 완화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이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시장은 이를 다소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총재는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결과가 부정적이었다면 성장과 금융안정 간의 상충 관계가 심해져서 금리 동결을 결정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순조로운 협상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경기 하방 요인으로 대미 관세 협상 재점화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 등이 현지 생산을 늘리면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석유화학·철강 등의 산업 구조조정으로 여러 갈등이 표출될 경우 경제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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