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AI 성장 둔화 우려
데이터센터 매출 예상치 하회, ‘투자 피로감’ 신호로 해석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인공지능(AI) 칩 절대강자 엔비디아가 또 다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나 데이터센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돌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467억4000만달러(약 65조원), 순이익이 25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59% 증가한 수치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411억달러(약 57조원)로 56% 늘었으나 월가 예상치(413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했다.
이번 실적은 H200·블랙웰 GPU 등 차세대 AI 칩 수요가 견조함을 보여줬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 56%는 최근 2년간 엔비디아가 기록한 성장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판매 차질에도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블룸버그는 “2년간 폭발적 성장 이후 둔화 신호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30~40배 수준으로 ‘고평가’ 논란 속에 ‘AI 버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는 중국이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로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 정부의 ‘탈 엔비디아’ 움직임이 겹치며 매출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H20 칩 판매 제한으로 손실을 입었고,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 조건으로 중국 매출의 15% 납부를 요구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국내 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HBM과 DDR, 낸드 등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직접 수혜를 볼 수 있고,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 등은 초거대 AI 모델 투자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돈 점은 고객사 투자 피로감 시작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도 총량 확대보다는 ROI(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는 선별적 투자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P 글로벌 멜리사 오토 연구 책임자는 “엔비디아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시장을 흔드는 수류탄이 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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