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해외 생산거점도 확장
한화, 필리조선소 50억달러 투자ㆍ오스탈 지분 확대
K-해양방산 ‘원팀’ 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사업 최종 결선 진출…경쟁력 입증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K-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대규모 합병과 해외 진출을 통해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해 해양방산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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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 HD현대 제공 |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간 합병안을 의결했다. 양사는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번 사업재편의 목적은 양적ㆍ질적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다.
HD현대중공업의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에 HD현대미포가 보유한 함정 건조에 적합한 크기의 도크ㆍ설비 등을 결합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그룹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한화필리쉽야드)를 더욱 키운다.
한화는 전날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금은 도크 2개 및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고 약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는데 사용된다. 투자 재원으로는 한미 관세 협상 결과인 1500억달러 규모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가 활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화오션이 보유한 자동화 설비ㆍ스마트 야드ㆍ안전 시스템 등을 도입해 LNG운반선 건조와 함정 블록 및 모듈 공급, 함정 건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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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Josh Shapiro)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 한화 제공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호주의 해양방산 기업 ‘오스탈’ 인수도 추진하는 중이다. 3월 지분 9.9%를 인수한 데 이어 19.9%까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호주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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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탈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 출처 : 오스탈 홈페이지 |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조선소를 보유한 기업으로, 미국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평가된다.
HD현대 역시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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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 HD현대 제공 |
HD현대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 발맞춰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은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ㆍ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이 골자다.
HD현대는 아시아 지역 내 해외 생산기지도 더욱 늘려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일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법인 ‘두산에너빌리티베트남(이하 두산비나)’을 2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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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가 인수한 두산비나 전경 / HD현대 제공 |
HD현대는 이곳을 LNG추진선ㆍLPG운반선ㆍ암모니아운반선ㆍ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의 핵심 기자재인 독립형 탱크 제작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 지역 내 항만 인프라 확충 수요에 대응해 항만 크레인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삼는다.
HD현대는 오는 12월 싱가포르에 조선 부문 해외사업 투자법인을 설립해 두산비나를 비롯해 기존 해외 사업장인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두 그룹사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K-해양방산에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화오션ㆍ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캐나다 해군이 추진하는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에서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선정됐다.
K-조선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이룬 ‘원팀’은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와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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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 한화오션 제공 |
이 사업은 잠수함 획득 관련 계약비용만 최대 20조원 규모로, 향후 30년간 운영ㆍ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수주에 성공하면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특히, 캐나다 해군은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상품성과 빠른 납기 역량, 검증된 잠수함 솔루션, 현지화 전략 등에 좋은 평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오션 관계자는“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보통 9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며 “현지에 운용, 유지ㆍ정비(ISS)센터도 짓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적으로 한국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식 보도문에서 캐나다 정부가 강조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납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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