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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뷰티위크 2025' 방문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이제 미국의 리테일 매장들이 K뷰티를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뷰티위크 2025'에서 랜딩인터내셔널의 정새라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3년 전 시작한 서울뷰티위크가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다. 히잡을 쓴 중동 바이어부터 샘플을 바닥에 늘어놓고 서로 교환하는 외국인 코덕(화장품 마니아)까지. 행사장은 국적도 목적도 다른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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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뷰티위크 방문객들이 이벤트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8~30일 열린 이번 행사에는 296개의 기업과 250여명의 바이어가 참여했다. 지난 2022년 첫 행사에 참여한 52개 기업보다 6배가량 많아졌다. 이는 K뷰티 행사가 단순한 화장품 전시회가 아니라 바이어와 팬을 동시에 불러 모으는 플랫폼이 됐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서울뷰티위크는 중소기업을 알리고, 이들을 글로벌 바이어와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올해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K뷰티가 반짝 성장한 산업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오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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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뷰티위크 '아모레퍼시픽재단'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드로잉 체험을 해보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이날 현장에는 업계 관계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실제 부딪히는 문제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아마존은 K뷰티의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존 글로벌 셀링 코리아의 김효진 시니어 매니저는 "K뷰티는 토너 패드와 콜라겐 마스크팩 등 혁신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원료와 성분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뷰티 제품 매출 비중을 보면 7개 카테고리(헤어·스킨케어·기기·몸·색조·손톱·향수)가 골고루 나눠 갖는 반면, 한국 뷰티 제품만 보면 스킨케어가 전체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K뷰티의 스킨케어 의존도가 높은 동시에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는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가짜 제품 유통도 늘고 있는 만큼, 뷰티 브랜드 상표권을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실제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뷰티사는 등록한 상표권도 많은 편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상표권을 가장 많이 출원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96건)이다. 기아와 삼성전자보다 많다. 코리아테크(24건·6위)와 에이피알(18건·8위) 등 뷰티사가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기업 전체로 넓혀봐도 아모레퍼시픽은 7위에 올랐다. 1위는 로레알(244건)이다.
하워드 리 WIPO 외부자원위원은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은 속지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에 수출을 원하는 국가별로 등록해야 한다"며 WIPO 등 한 번의 출원으로 여러 회원국에 상표권 보호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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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뷰티위크에서 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
글로벌 K뷰티 유통사인 랜딩인터내셔널의 정 대표는 "K뷰티는 틱톡으로 떴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미국 대표 뷰티 리테일 채널 얼타뷰티(Ulta Beauty)에 K뷰티 전용 매대인 'K뷰티 월드'가 생기고, 코첼라와 같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K뷰티가 등장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K뷰티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보다 재구매율이 높은 만큼 제품을 너무 빨리 바꿔 고객에게 혼란을 주지 말고,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하며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포용성이 필수"라며 미국 진출을 고려 중인 국내 기업들에게 "다양한 피부톤과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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