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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왼쪽)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를 예방해 이재명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대 1 단독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양측이 주도권 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회동 형식과 의제 등을 놓고 물밑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회동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국ㆍ일본 순방을 마친 뒤 귀국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일ㆍ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지난 29일 인천국제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는 제1야당 대표와 따로 시간을 갖고 국민의 삶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그는 앞서 2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서 식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것은 영수회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1대 1 회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선 영수회담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9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관련해 “장 대표가 가서 사진 찍힘용 병풍 역할밖에 안 된다고 하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가 대통령과 1대1로 만나 지금 자행되고 있는 국정의 난폭한 전횡과 3대 특검을 동원한 야당 말살 기도를 중단하는 정도의 요구를 분명히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처음 제안했던 대로 우선 여야 지도부 회동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장 대표의 추가 독대 요청에 대해 “여ㆍ야ㆍ정이 만나는 게 상당히 바람직한 것으로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1대 1 회동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번주 물밑협상을 통해 회동 형식과 의제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가 요구한 단독 회담 여부를 비롯해 조국혁신당ㆍ개혁신당 등 비교섭단체 대표까지 만남에 포함할지와 같은 참석자 범위 등을 두고도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회동에 어떤 의제를 올릴지도 관심사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제기할 수 있는 요구로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철회ㆍ속도 조절 △자당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의 본회의 통과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등이 거론된다.
또한 원내대표를 지낸 5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과 구속 여부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커질 경우 회동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이 성사돼 의미 있는 의제가 도출된다면 정국 반전의 출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양측이 입장 차만 확인할 경우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커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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