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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끼운 국가 전력망 구축…오는 26일 특별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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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01 08:06:35   폰트크기 변경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38년까지 건설해야 할 송전선로 6만1183C-km
경과지 주민 보상 확대에 재정 부담↑


“과거 방식 탈피한 새로운 전력망 건설방안 고민해야”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전국적인 송전망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전력망특별법)’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전력망 사업의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는 한편 경과지 주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으로, 적기 건설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발달과 함께 전력망 건설 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과거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전력망 건설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한 전력망특별법이 오는 2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는 국무총리 산하 전력망위원회에서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한 사업에 대해선 각종 인허가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승인하는 실시계획에서 의제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송전선로가 지나는 인접 주민과 지자체에는 송전사업자가 특별 보상이나 별도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산업부 제공



이에 따라 송전선로 건설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345㎸ 기준 송전선로의 표준공정 기간은 9년이지만, 그동안 주민 민원과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평균 13년 이상 소요됐다. 일부 사업장에선 건설기간이 20년 이상 걸리면서 국가의 전력망 운영 계획을 뒤흔들기도 했다. 앞으로 전력망특별법이 시행되면 평균 건설기간은 과거 대비 약 30% 단축될 거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한국전력의 제11차 장기 송ㆍ변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건설해야 할 송전선로는 6만1183C-km에 달한다. 2년 전 수립한 10차 계획 대비 3502C-km 늘어난 길이다. 같은 기간 변전소도 1297개를 더 건설해야 한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력망 건설사업도 확대돼야 하지만, 현재는 공공에서 모든 역무를 책임지고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관련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한전은 2038년까지 전력망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약 72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2년 전 대비 약 29% 증가했다. 이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망특별법에서 경과지 주민 및 토지 보상에 대한 특례를 마련하면서 조기협의장려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시행규칙에선 토지보상 협의시작일부터 2개월 이내에 토지등 사용계약을 완료하면 보상액의 75%를 장려금으로 추가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보상액이 1억으로 책정된 토지의 주인이 한전과 토지 취득 협상을 2개월 내 끝내면 75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지만, 전체 보상비는 적지 않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014년 밀양 송전탑 사고가 발생한 이후로 주민이 반대하는 전력망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업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전력구 방식이 채택되고, 전력망특별법까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적기 건설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면서도 “AI, 반도체 시대에 전력망은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과거의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언제 또 한계에 부딪힐지 모른다. 국가 차원에서 전력망 건설의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왼쪽)과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산업부 제공


IEA “전력망 건설 지연, 에너지 안보 주요 리스크”
파티 비롤 사무총장 “전 세계, 발전 부문 대비 전력망 투자 저조”


전력망 투자가 중요해지는 것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전력망 교체 및 신규 전력망 건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투자는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부산서 개최된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석해 “AI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는 전력망 구축에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인용한 IE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3~2024년)간 세계 전력 사용량 증가율은 연평균 2.5%로,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율 1.3%의 약 2배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이뤄진 투자는 연 1조달러(약 1400조원)에 이르지만, 전력망에는 약 4000억달러(약 560조원)만 지출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전력수요 증가 속도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두 배에 달했고, 2035년까지는 6배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며 “반면, 전력망 투자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2년 정도가 걸리지만, (전력망을 건설해) 공급까지 하려면 8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전력망 건설 지연은 향후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에너지 병목 현상은 디지털 성장과 탈탄소화 모두에 큰 위험요소”라며 “전력망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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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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