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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고질병’ 근골격계 질환, 산재 처리 7개월→3개월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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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01 14:42:2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산재 신청 뒤 몇 달, 길게는 수년을 기다리며 치료와 생계 모두에서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평균 228일이 걸리는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을 2027년까지 120일로 절반 가까이 단축하는 내용의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1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1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단축’을 신속 추진과제로 제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동안 산재 노동자는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특별진찰,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평균 약 7개월(227.7일)이 소요됐고, 최장 4년까지 걸리는 사례도 발생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건설현장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근로자들이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전체 업무상 질병의 5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다수 사례가 축적된 직종에 대해서는 처리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핵심은 ‘특별진찰’ 절차 생략이다. 정부는 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장인테리어목공 △미장공 △조적공 △형틀목공 △비계공 △철근공 △배관공 △용접공 △타일공 △도장공 등 건설업 18개 직종을 포함한 총 32개 직종에 대해 산재 신청 시 평균 166.3일이 추가로 소요되는 특별진찰을 거치지 않도록 했다.

가령 내장인테리어목공으로 7년간 일하다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를 진단받은 근로자의 경우, 기존에는 재해조사와 특별진찰, 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재 승인까지 약 7개월(226일)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별진찰이 생략되면서 3개월(90일) 이내에 모든 처리가 가능해진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의 처리 기간도 크게 줄어든다.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이나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처럼 질병과 유해 물질 간 인과관계가 충분히 연구된 경우, 평균 604.4일이 걸리는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공단의 재해조사와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신속하게 결정한다. 지하탄광에서 6년간 근무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기까지 2년 8개월(974일)이 걸렸다면, 앞으로는 3개월 내 처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정부는 ‘추정의 원칙’ 적용 범위를 넓혀 산재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낮춘다. 현재도 방사선 노출에 따른 백혈병 등은 별도의 위원회 심의 없이 공단 재해조사만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범위를 확대해 어깨 회전근개 파열에 ‘건설업 비계공’을, 허리 요추간판탈출증에는 ‘건설업 철근공’을 추가하기로 했다.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 처리를 위한 조직 강화도 병행한다. 근로복지공단 내에 근골격계 질병(64개 지역본부·지사)과 직업성 암(서울본부)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재해조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CIE)’ 양성 과정을 의무화한다. 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재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별 편차를 줄이고, 처리 과정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재 불승인 결정 이후의 절차도 보완한다. 2026년부터는 산재 신청부터 심사, 소송까지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 행정소송에서 패소율이 높은 질병에 대해서는 인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재정비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그동안 산재 처리 기간 지연으로 불편을 겪어 온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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