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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 고려아연ㆍ연합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방전을 벌였다.
영풍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SM엔터 주가조작 핵심자금 출자자는 고려아연”이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같은 날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발표해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적법하게 정상적으로 투자한 사안”이라며 “왜곡된 주장 및 의혹과 일절 연관 없다”고 반박했다.
갈등의 핵심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에 출자한 1016억원이다. 영풍은 이 자금이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며 주가조작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영풍에 따르면, 2023년 2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SM 주식을 1000억원 규모로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관련 펀드 정관이 개정됐고, 다음 날 고려아연이 해당 펀드에 단독으로 1016억원을 출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풍은 이 자금이 SM엔터 주식 매집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펀드 정관 개정은 최소 2주일 이상 걸리는 절차임에도 출자요청기간을 단 1영업일로 축소하는 등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조건으로 변경됐다”며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이 99%를 출자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창배 대표와 최윤범 회장이 중학교 동창으로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다며 “최윤범 회장이 해당 구조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승인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회사 여유 자금을 펀드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며, 모든 투자 결정과 출자는 관련 법령 및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SM엔터 주가와 관련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은 해당 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에 출자한 LP(펀드 출자자)로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GP(펀드 위탁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실제 해당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매수 및 사후 매각 과정이나 관련 절차 또는 계획에 대해서는 설명이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려아연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되어 곧 법원의 1심 판단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사건과 관련도 없는 회사와 인물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영풍 측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SM엔터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배재현 투자책임, 지창배 대표 등 주요 인물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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