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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프랑스 입은 K뷰티, 향으로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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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02 17:39:34   폰트크기 변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셀바티코' 팝업매장 모습./사진=본작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프랑스의 기술을 한국의 시선으로 재해석했습니다."

2일 서울 성수동 '셀바티코(Selvatico)' 팝업 매장 한가운데 시향지가 놓인 테이블 앞에서 배형진 본작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22년 프래그넌스(향 기반의) 브랜드 셀바티코를 선보인 배 대표는 프랑스 조향 문법을 토대로 한 K-향수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에서 향수 사업은 쉽지 않다. 향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조향사 등 관련 인프라도 유럽 같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배 대표는 글로벌 조향 시장의 심장인 프랑스를 공략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파리에서 유학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75년 역사의 전통 향료 기업 '로베르테'와 손잡았다. 배 대표는 로베르테가 계약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셀바티코 팝업매장에서 배형진 본작 대표가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본작

1850년 설립된 로베르테는 원료 재배부터 추출ㆍ조향까지 모든 공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50여곳에서 직접 원료를 얻는다. 크리스찬 디올과 에르메스 같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향료를 공급한다. 특히 하이엔드 니치 퍼퓸 브랜드의 약 90%는 로베르테에서 원료를 얻고 있다.

셀바티코는 로베르테로부터 원료를 받아 로베르테의 엄격한 체계를 거쳐 완성되는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이다. 셀바티코를 운영하는 본작은 지난해 비유럽권 브랜드 중 처음으로 로베르테의 투자 자회사인 '빌라블루(Villa Blu)'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베르테가 배 대표를 선택한 건 그가 트렌디한 한국만의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한국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변한다. 로베르테는 그런 한국이 제시하는 시각과 감각을 상품화하는 과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인의 스토링텔링 능력과 향기를 재해석하는 감각에 투자를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고장의 향을 담은 셀바티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약 13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재작년 매출 4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1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바티코 팝업매장에 향수 제품이 전시돼 있다./사진=본작

배 대표는 이번에 선보이는 제품에 '문학'의 감성을 담았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제인 '향기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를 향 제품으로 구현했다. 배 대표는 "우리는 향기를 통해 기억과 감각을 일깨운다"며 "향수는 새로운 문학"이라고 설명했다.


팝업에서는 기존 대표 제품인 '오드 퍼퓸', '퍼퓸 핸드 앤 바디워시', '마르세유 리퀴드 솝', '핸드 솔루션'을 비롯해 신제품인 '모이스처 퍼퓸 바디미스트'와 '오드 퍼퓸 디스커버리 세트', '내추럴 퍼퓸 라인'을 만날 수 있다.

배 대표는 한국의 프래그넌스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국내 프래그넌스 브랜드는 각자의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전시장에 온 듯한 감성을 보여주는 '탬버린즈'와 '논픽션' 등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팬층을 쌓아가며 빠르게 커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2019년 약 6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 대표는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가면 패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이후 인테리어 시장이 커진다"며 "소비자들은 몸과 공간을 꾸미고 난 뒤에는 이를 채울 향기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조향사들은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소비재 시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바티코는 올 하반기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로베르테 같은 글로벌 기업과 공급ㆍ유통하는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배 대표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세계 최고와 일해야 한다"며 "철학을 지키면서도 기술적으로 진화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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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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