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계약행정…업무예측 수월
품질ㆍ심사제도 개선 고무적”
전문ㆍ공정성 논란은 여전
![]() |
정부대전청사 전경. / 사진=연합.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조달청은 지난해 4월 LH로부터 공공주택 설계사 선정과 계약 업무를 이관받아 올해 LH가 발주한 모든 설계공모 심사는 조달청이 도맡았다.
LH와 달리 조달청 집행 체제의 장점으로는 속도감 있는 행정절차가 꼽힌다. A사 관계자는 “공모 이후 계약까지 수개월이 걸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당선 직후 바로 계약이 이어져 업무 예측이 수월해졌다”고 언급했다.
설계 품질 제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조달청은 당선 건수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지난 4월부터 과업 사후평가에 따른 가ㆍ감점제를 도입했다. 우수, 불량업체에 가ㆍ감점을 최대 1.2점 부여해 향후 공모 심사에 반영하는 식이다. B사 대표는 “경쟁이 첨예한 공모에선 1∼2점차가 당락을 좌우하다 보니, 품질미흡통지를 피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심사제도 개선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달청이 지난달 발표한 ‘건축 설계공모 혁신방안’이 대표적이다. 심사위원 풀 확대, 이력관리 강화, 심사과정 공개 확대 등이 골자다. 교수 150명, 공공기관 인사 103명에 더해 민간 건축사 50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위원단은 300명 내외로 확대된다. 참여 업체가 심사위원을 평가하는 ‘역평가제도’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전문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주택 설계 경험이 전무한 일부 기관 인사가 뜬금없이 조경 세부 계획만 집요하게 묻거나, 공모안을 혼동해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B사 대표도 “일부 공무원은 설계 핵심보다 부수적 요소에 의존하는 심사 경향을 보여 오랜 시간 공들인 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거들었다.
채점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조달청은 과거 LH가 운영하던 ‘강제차등점수제’를 폐지하고 원점수 합산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소수 위원의 점수가 결과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6월 심사한 ‘광주산정 A2BL 공동주택 설계공모’에서는 과반 위원이 C사에 우호적 점수를 줬음에도, 교수 2명이 경쟁사 간 점수차를 10점 이상 벌려 D사가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업계 부담을 키운 ‘밀어내기식’ 발주 방식도 문제다. 올해 LH의 조기 집행 방침에 따라 공모 심사가 지난 5~8월에 집중해 중소사무소들은 한때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E사 임원은 “프리랜서를 대거 채용해 겨우 소화했지만, 향후 책임 있는 과업 수행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며 “업무이관 이후 행정 절차의 속도, 효율 면에서는 개선이 뚜렷하지만, 특정시기 발주 편중과 전문성, 공정성을 개선할 보완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동훈 기자 jd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