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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를 닮은 맑은 추상화 ....이강욱의 25년 집념과 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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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02 17:26:04   폰트크기 변경      
3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 노화랑의 대표 작가로 출전


자신의 그림에 뭔가 2%가 부족했다. 꽉막힌 듯한 기교와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09년 봄 홀연히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30대 ‘라이징 스타’로 부상한 그로서는 과감한 도전이자 막연한 욕심이었다. 엇비슷한 작품을 매일같이 찍어내는 것 같다는 작가적 반성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독하게 마음먹고 유학을 결행했다. 런던 첼시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2015년에는 이스트 런던 유니버시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추상화가 이강욱 씨의 이야기다.

3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전시장에  걸린 이강욱의 작품.     사진=노화랑 제공


이씨가 3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프리즈 서울(프리즈-6일까지)과 키아프 서울(키아프-7일까지)에 노화랑의 대표 작가로 출전했다.

국제 화단의 큰손들이 모이는 서울 행사인 만큼 얄팍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다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자기성찰,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한 작품을 통해 글로벌 작가의 반열에 당당히 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포 같은 미시적 세계와 우주로 대변되는 거시적 세계를 동시에 담아낸 작품,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 ‘보이지 않는 공간-이미지(nvisible Space-image)’와 최근작 ’제스처(The Gesture)‘ 시리즈 등 30여 점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붓질이 더욱 단단해지고 내면이 훨씬 깊어졌다.

이 씨는 1990년대 후반 예쁜 그림과 사진같은 극사실주의 작품이 판치던 시절에 죽어라 추상화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채택했다. 첨단 산업사회의 저항적 의미보다는 그저 순백의 캔버스 위에 반복적인 신체 행위를 통해 세계와 자아, 물질계와 정신계가 합일되는 직관적 깨달음을 펼쳤다. 사회 정치적 메시지 덧대는 것을 거부하며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함께 내면 깊이 자리한 자유의 열망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들은 단연 갤러리스트와 미술컬렉터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세계 100대 컬렉터이자 아라리오뮤지엄을 설립한 김창일 회장이 그를 콕 집어내 전속 작가로 기용했고, 노화랑의 노승진 회장 역시 매년 전시회를 열어 글로벌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쉰 살에 접어들고 25년째 작가 생활을 계속하는 그는 이제 국내외 미술시장의 엄연한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전시장을 꽌 채운 이 강욱의 작품.                     사진=노화랑 제공


전시장을 채운 30여 점의 추상화는 회화적 상상력과 감성적 에너지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로 응축해서인지 화려한 원색의 미감을 힘껏 뿜어낸다.

작품들은 구체적 대상을 드러내지 않고 마치 실타래처럼 풀어지고 뭉치는 것을 반복하는 무수한 곡선들로 이뤄졌다. 멀리 보이는 희미한 이미지와 그 위로 중첩되는 선의 율동, 그 주변에 흩어지는 무수한 점 등이 어우러지면서 빛을 반사하는 화면은 공감각적인 조화를 자아낸다. 특히 신작 ‘제스처’는 하나의 점과 색면의 융합으로 ‘스밈과 우러남’을 돋보이게 한다. 스펀지로 살짝 찍어낸 옅은 색면과 수많은 점들이 박힌 화면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한국인의 정서와 닿아 있다.

강렬한 원색 물감을 기하학적 형상을 수놓으며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 교수는 "화폭에 풀어낸 우아함과 정적, 역동성과 세밀함을 통해 회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런던에서 공부하면서 “회화는 무엇이고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느냐는 기초적인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작업을 왜 하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등의 주제의식이더 애착이 갔다면 지금은 일관적인 이미지가 질성정연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깨달음은 고대 힌두 철학의 텍스트인 우파니샤드에 몰입하면서 배웠다.

노세환 노화랑 대표는 “미시적 공간과 거시적 공간 등 수없이 많은 우주의 대립적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서로 닮아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라며 “반복적 제스처와 기하학적 형상들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한국 단색화를 계승하는 새로운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리즈 서울(프리즈)과 키아프 서울(키아프)행사에는 이강욱을 비롯해 김환기, 박수근, 백남준, 서도호, 박서보, 김창열, 김택상 등 국내 작가들은 물론 루이스 부르주아와 조지 콘도, 우고 론디노네, 헤르난 바스, 무라카미 다카시, 아돌프 고틀리브 등 세계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대거 출품된다.

올해로 네 번째인 프리즈에는 국내외 120여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지난해(110여개)보다 소폭 늘었다.

세계 5대 화랑으로 꼽히는 거고지언(가고시안)과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하우저 앤 워스 외에도 글래드스톤이나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정상급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한국화랑협회가 여는 키아프에는 175개 갤러리가 판매경쟁을 벌인다. 메인 섹션인 ''키아프 갤러리‘에는 153개 갤러리가 부스를 내고 다양한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3일 VIP 사전관람(프리뷰)으로 열리고, 일반 관람은 4일부터 가능하다. 프리즈는 6일까지, 키아프는 7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서울 전역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 진행된다. 서울 갤러리 밀집 지역인 한남동(2일)과 청담동(3일), 삼청동(4일)에서는 갤러리들과 미술관이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전시회와 공연, 파티 등으로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한다.

키아프는 서울시 도심형 전시 플랫폼 미디어 아트 서울과 협력해 서울 도심 주요 거점에서 대형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프리즈는 서울 중구 약수동에 마련한 상설 전시 공간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 개관전으로 김재석 큐레이터가 기획한 ''언하우스''를 개최한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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