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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29CM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브랜드 '이구어퍼스트로피' 매장. /사진: 무신사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무신사가 플랫폼 상품군을 세세하게 쪼개는 전략으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패션에서 출발한 뒤 리빙ㆍ뷰티 등으로 영역을 넓히되, 고객 취향이 미세하게 갈리는 특성을 전제로 세분 카테고리를 별도 ‘목적지’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개인화ㆍ옴니채널 기술을 공통 토대로 깔아 파편화 없이 하나의 ‘무신사 월드’로 묶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플랫폼 29CM는 성수 일대를 중심으로 디자이너 가구(TTRS), 생활용품(이구홈 성수), 프래그런스(이구어퍼스트로피) 등 분야별 특화 매장을 연이어 내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고 있다. 무신사가 패션에서 검증한 ‘세분화ㆍ큐레이션’의 작동 원리를 29CM에 이식해 리빙에서 패션ㆍ뷰티로 확장하고, 리빙에서도 자체브랜드(PB), 프래그런스(향) 으로 파고들어 오프라인에 전면 배치하는 전술이다.
무신사가 쪼개기 전략을 펴는 것은 패션ㆍ뷰티ㆍ리빙 상품군의 특성 영향이 크다. 선택지가 방대하고 취향 편차가 커 단일화가 어려운 탓에, 세분 목적지를 따로 세우는 편이 탐색 비용을 줄이고 전환을 끌어올린다. 유럽 최대 패션 플랫폼인 잘란도(Zalando) 역시 메인과 별개로 뷰티 전용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열어 카테고리 특성에 맞는 콘텐츠ㆍ서비스를 제공했고 회원제 오프프라이스 쇼핑클럽을 통해 가격에 민감한 수요는 따로 공략한다. 각각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 데이터는 전체 정보와 연동해 사업 모델과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된다. 올해 2분기에만 28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전략이 통하는 이유는 매출에서 확인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화는 일반적으로 매출을 5~15% 끌어올린다.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평균 비용이 낮아지면서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이나 수익률을 높인다. 고객 입장에서는 취향에 맞는 옷과 여기에 어울리는 악세사리, 화장품, 소품 등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돼 재방문, 재구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분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데이터 통합과 실시간 개인화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소매업종에서 이를 완전하게 구현한 기업은 15% 내외다.
무신사는 감도 높은 콘텐츠와 기술(IT)로 이 요건을 채우는데 주력해왔다.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행사가 대표적이다. 수백만명의 동시 접속을 처리하는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주문, 재고, 쿠폰 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테크 조직과 인력을 꾸준히 보강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의 주문 정보를 그대로 옮겨 끊김없는 개인화 추천 경험을 제공한다. 무신사 본사 테크 조직 내에 29CM 전담 부서를 별도로 두고 고객경험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을 확보해 세분화 전략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무신사의 쪼개기 전략은 29CM 성장으로 연결됐다. 2021년 무신사가 3000억원에 인수했을 당시 거래액은 1800억원 수준으로 경쟁사보다 적었다. 시장에서는 원래 매수하려던 W컨셉을 놓친 후 ‘패닉 바잉’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인수 이후 25∼39세 여성에 특화한 고감도 큐레이션을 콘셉트로 설정하고 패션, 리빙을 동시에 키우면서 지난해 거래액이 1조원을 넘었다.
외형 성장의 핵심 동력도 세분화 전략이었다. 29CM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브랜드(PB) 이구어퍼스트로피는 6∼8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90% 이상 늘었다. 상반기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도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며 오프라인 출점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으로 출발해 서비스 영역을 쪼개서 넓히는 전략은 국내외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통합과 특화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 파산하는 서비스들도 흔하다”며 “무신사가 지금까지 지켜온 서비스별 상품 차별화, 기술을 통한 통일된 고객 경험, 오프라인과의 유기적 연계 철학을 얼마나 지키고 고도화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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