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공급물량 기준으로 집계해온 인허가 대신 오는 2030년까지 총 135만가구를 ‘착공’ 기준으로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인허가 물량은 경기 상황에 따라 착공이 대거 지연되며 장밋빛 공급계획이라는 비판이 컸던 만큼 착공 중심으로 목표를 전환해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실착공 기준 135만가구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공공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민간 공급이 부진한 상황을 감안해 공공 주도로 서울 등 수도권의 양질의 입지에 신규 주택을 차질 없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시행’을 통해 수도권에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 LH는 그간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왔지만, 경기 침체로 민간 개발이 지지부진한 만큼 직접시행으로 전환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19만9000가구 규모의 공공 주택용지 중 6만가구가 직접시행 착공 대상이다. 이 가운데 5만3000가구는 LH 직접시행 전환분, 7000가구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확보한다. 직접시행 물량은 민간이 설계와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한다. 구체적 공급계획과 공공분양·공공임대 등 공급 유형은 연내 발표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하반기 LH법과 공공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지구계획 변경을 통해 순차적으로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우수 브랜드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 고품질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있는 주택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LH가 보유한 수도권 공공개발지구 내 비(非)주택 용지 1950만㎡의 용도와 기능을 체계적으로 재조정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도 도입한다. 장기 미사용ㆍ과다 계획 토지를 용도전환해 2030년까지 ‘1만5000가구+α’를 착공한다. 중장기 공급기반 확충을 위해 하반기 중 3만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지정도 검토한다.
서울 도심 내 공급 확대 방안도 눈에 띈다. 신규 택지 발굴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노후 주택ㆍ시설과 유휴부지를 재정비한다. 준공 30년 이상 노후 영구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은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대, 재건축을 추진한다. 노원구 중계1단지의 사업승인 준비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수서(3899가구), 가양(3235가구) 등에서 본격화한다.
준공 30년이 지난 공공청사ㆍ국유지 정비를 위해 범부처 심의기구를 신설하고, 국토부가 직접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 추진력을 높여 2030년까지 2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도심 유휴부지인 △도봉구 성대야구장 △송파구 위례 업무용지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강서구 기존시설 이전부지 등은 생활 SOC(사회기반시설)와 주택을 복합개발해 2030년까지 4000가구를 착공한다. 필요시 국무회의 상정을 통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추진한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도 담겼다. 공공 주도 도심복합사업은 제도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5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한다.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용적률 최대 1.4배 완화 규정을 기존 역세권에서 저층주거지까지 3년 한시로 확대한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구지정ㆍ사업승인 등 절차를 개선하고, 안정적 추진을 위해 일몰제 폐지도 검토한다.
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은 주민제안 방식을 전면 도입해 물량을 확대하는 한편, 계획수립 패스트트랙 대상을 향후 추진 예정사업까지 넓혀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재현 기자 lj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