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10m 남측 이전했지만
주말 오후 3번출구 ‘병목’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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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성수역 3번 출구 계단 앞에 우산을 쓴 이용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입구가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비가 퍼붓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은 또다시 “밀지 마세요”가 연발되는 현장이었다. 출구 바로 앞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줄과 탑승을 서두르는 줄이 합쳐지며, 우산이 스치고 신발이 미끄러졌다.
“관광객이 늘었다더니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어요. 지하철 입구에서 인파에 휩쓸려 미끄러졌다니까요.”(동대문구 김모씨ㆍ23)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특수와 주말 인파가 맞물리자, 외국인 관광객도 한숨을 쉬어가며 계단을 올랐다. SM의 남자 아이돌 ‘NCT WISH’ 팝업스토어가 열린 이날은 특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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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바로 앞 NCT WIS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골목 끝까지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성수역 혼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퇴근 시간대 ‘병목’이 반복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출입구(계단) 신설”을 포함한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공사는 “올해 설계를 끝내고 2025년 10월까지 성수역 2ㆍ3번 출입구 후면에 계단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공사비 약 70억원, 설계비 2억원이 제시됐다.
당시 자료에는 퇴근 시간대 성수역 일평균 승하차 1만8252명(2014년 대비 2.1배)과 3번 출구 집중 이용(31.1%ㆍ5676명)이 근거로 담겼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관련 회의에서 “퇴근길에 나서는 지하철 이용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번 성수역 2ㆍ3번 출입구 후면 계단 신설 공사를 내년 내에라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도 움직였다. 같은 해 8~9월, 성동구는 3번 출구 앞 거리가게 4곳 전량 이전을 마치고, 횡단보도를 남측으로 약 10m 옮겼다. 방호울타리ㆍ볼라드ㆍ신호등 설치와 보도 확폭도 함께 진행했다. ‘대기 행렬과 차량 동선이 얽히는 위험’을 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 성수역에서는 ‘후면계단 신설’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교통공사 관계자는 “성동구의 횡단보도 남측 10m 이전 이후 모니터링 결과 인파가 상당 부분 줄어 내부적으로 ‘출구 신설은 하지 않기로’ 방침이 섰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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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성수역 인파 대책으로 내놓은 3번 출입구 계단을 신설 예상안. / 사진 : 서울교통공사 제공 |
성동구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성동구 관계자는 “성수역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구 차원에서 역사 입구 신설을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당시는 예산 문제로 번번이 난색을 받았고, 이후에도 ‘완공 목표 2025년 말’ 협의를 이어왔지만 현장 혼잡 완화 조치가 진행된 뒤론 논의가 흐지부지된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자 대책을 앞다퉈 발표하더니 인파가 조금 줄었다고 다시 방심하는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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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는 시민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성수역은 개통 당시 조성된 4개 출입구만으로 급증한 유동을 감당하고 있다. 인근 뚝섬역이 8개의 출구를 갖고 있고, 명동역이 10개, 광화문역이 9개의 출구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3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 위주 구조라 ‘목’이 좁다. 당시 공사 자료대로 ‘계단 추가+대합실 확장’이 장기 해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동구 관계자는 “3번 출구 앞 보행 공간을 두 배 이상 넓히는 등 즉각적인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성수가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만큼 성수역을 외국인에게 서울의 얼굴이자 ‘흑자 역사’로 만들 장기적 투자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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