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조지아 합작공장 공사 중단
내년 초 가동 목표 차질 불가피
IRA 세제 혜택에 집중한 韓기업
인력ㆍ노동 규제 리스크 간과 지적
투자 환경 전면 재검토 필요
![]() |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ㆍ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수백명이 대거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6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됐다. 한ㆍ미 당국 간 신속한 교섭으로 조기 석방 가능성이 커졌지만, 미국의 초강경 이민정책이 K-제조업의 미국 투자 전략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지아주 HL-GA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 합작법인을 세우고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다. 양사는 약 43억달러(약 6조원)를 공동 투자해 연간 약 30GWh, 전기차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주가 발표한 추가 투자 계획까지 합치면 전체 투자 규모는 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합작공장은 미국 조지아주 앨라벨에 약 300만평 규모로 조성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지 한쪽 끝에 자리 잡았으며,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로 이송돼 팩으로 조립된 뒤 현대차 앨라배마,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 |
이날 오후 대통령실이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의 신속한 대응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지만, 아직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서 실제 석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고,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급파했다. 구금된 직원들의 가족 연락과 의약품 전달, 면회 주선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직접 고용 인력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법규 준수 여부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국내 제조업계의 대미 투자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를 주요 거점으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7년을 목표로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및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와 조지아주에서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 35GWh 규모 합작공장을 짓는 동시에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ㆍ테네시주에서 총 3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 달턴과 카터스빌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며 미국 내 거점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에 37억달러를 들여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루이지애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앞두고 있고,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도 새로 지을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불법체류자 단속과 입국 심사가 강화되면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비한 곳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ESTA를 이용한 미국 출장 시 입국 취소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ESTA를 활용한 미국 출장 때 1회 출장 시 최대 출장 일수는 2주 이내로 하고, 2주 초과 시 조직별 해외인사 담당자에게 문의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관세정책과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민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등 미국 내 사업 환경에 대한 우려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에만 주목한 나머지 인력ㆍ노동 규제 문제를 간과한 결과”라며 “이번 사태는 미국 투자 환경 전반을 다시 점검하라는 신호”라고 했다.
한편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삼성을 비롯해 SK, 현대차, LG 등 한국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있다.
이계풍 기자 kp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