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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6일(현지시간) 나왔다. 미국 CNN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와 참모들이 APEC 참석을 위한 물밑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 성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APEC 회의 참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중국의 전승절 계기 북중러의 공조 강화, 북중 ‘관세전쟁’ 휴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 교착 등으로 미묘해진 형국에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전승절 열병식 등에서 북중러 정상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SNS를 통해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CNN은 이날 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 협상을 하던 2019년에 김 위원장을 도청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은듯하고, 중러 또한 미국과 ‘대결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지양하고 있는 모습이라 전격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APEC 계기 미중 회담, 미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경우 북미 대화의 지렛대가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승절을 계기로 ‘몸값’을 한껏 끌어올린 김 위원장이 미국의 ‘비핵화’ 기조 철회 등 공세적인 요구를 해온다면 북미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한국엔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전승절 참여로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해 다가올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북한은 트럼프가 비핵화 문제를 최대한 거론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고 미국이 그럴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우려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APEC 회의 참석을 미국 내 투자 유치를 더욱 확대할 기회로도 보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방한이 논의되고 있다”며 무역, 국방, 민간 원자력 협력에 관한 논의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협력ㆍ경쟁국이 대거 참석할 전망인 가운데 한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합의와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거론되지 않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한미 회담에 대해 “원자력 협력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논의를 했으며 앞으로도 양국의 추가적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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