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국내 원전 운영 등 환경부 이관
수출‧자원개발 분야는 산업부…32년 만 거버넌스 개편
원전 업계 “文 시절 탈원전‧원전수출 병행 같은 결정”
전문가 “정부 에너지 정책 노하우 훼손 우려”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 방향이 확정되면서 에너지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2년간 유지돼온 산업ㆍ에너지 통합 거버넌스가 해체됨에 따라 국내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7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실 산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기로 했다. 산업부 제2차관 산하 에너지정책실과 원전산업정책국 내 원전산업 육성ㆍ운영 업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게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축소된다.
에너지정책실은 에너지정책ㆍ전력시장ㆍ재생에너지정책과 등을 포괄하는 산업부의 핵심 조직 중 하나다. 에너지정책실의 이관은 그동안 산업부가 관장해온 에너지 기능 대부분이 환경부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 상공자원부가 탄생한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원전산업정책국도 일부 기능이 이관된다. 국내 원전산업 육성과 운영 업무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고, 원전 수출 등 나머지 기능은 산업부에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원산업정책국은 산업부에 그대로 남아 석유ㆍ가스ㆍ광물 등 지하자원 개발과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쳐온 환경부가 에너지 산업 진흥이나 기술개발에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특히 원전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는 산업부가 축적해온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환경부가 단시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 규제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에너지 산업 육성이나 기술개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32년간 쌓아온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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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 전경./ 한수원 제공 |
원전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원전산업정책국의 일부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될 경우 원전 기술개발과 산업 육성정책의 연속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체코 원전 수주 등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조직 개편으로 인한 정책 혼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정책을 어떻게 국내용과 수출용으로 나눠 따로 수립할 수 있나.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 K-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상과 똑같은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개편안과 관련해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은) 환경도 안 되고, 에너지도 제대로 안 돼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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