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앞두고 11개월 만에 가장 작은 폭으로 움직였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원화 수급이 균형을 이루며 변동성이 제한된 영향이다.
다만 이번 주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 등 주요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환율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ECB는 오는 1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ECB의 주요 금리는 수신금리 2.00%, 리파이낸싱금리 2.15%, 한계대출금리 2.40%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번 ECB 회의에서 동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고, 물가가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추가 금리 인하 요인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ECB의 결정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CB 통화정책은 유로·달러 환율과 달러 인덱스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만 원·달러 환율로의 전이는 제한적”이라며 “금리 인하 시 유로화 약세와 달러 절상이 나타나더라도 유럽 요인인 만큼 원·달러 환율에 직접 연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ECB의 동결 전망을 이미 시장이 상당 부분 반영해 환율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컨센서스가 이미 동결을 예상하고 있어 ECB 결정이 원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CPI가 환율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8월 CPI는 오는 11일 발표된다. 블룸버그 서베이에 따르면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수준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가 나오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달러가 오히려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역시 향후 환율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9월 연준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된 만큼 추가 인하 시그널이 더 강하게 나올 경우 달러 약세와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달러 약세 폭이 크지 않아 환율 하락 폭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금리 결정 이후 연말 환율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연구원은 “연준이 12월까지 세 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달러가 일부 약세를 보일 수 있어 환율은 1360원대에서 1370원 사이에서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관세와 물가 불확실성 때문에 추가 인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시 환율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환율이 1300원 중반대로 내려가려면 미국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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