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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의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가 한미 간 석방 합의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핵심동맹국의 이른바 ‘뒤통수’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한 근거 마련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에 대한 석방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이들은 오는 10일 전후 미국 내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로 일괄 귀국할 예정이다. 양국 협상에 따라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추방될 경우 향후 수년간 미국 입국 금지나 비자 인터뷰 불이익 등이 따를 수 있어 국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방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석방 절차 마무리와 후속 조치 등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주력 산업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미 제조업 협력의 상징적인 현장에 대한 ‘강압적 단속’으로 경제ㆍ산업뿐만 아니라 정치ㆍ외교적으로도 양국 간 동맹에 심각한 흠집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미 정상이 제조업을 위시한 전략 분야에 3500억 달러 펀드 등 천문학적 규모의 현지 투자를 약속한 뒤에 일어난 이번 일을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체포ㆍ구금 사태에선 ‘비자’ 문제가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대부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ㆍ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입국 시 지닌 체류 자격 상 현장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는데도 이를 어겼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고, 그에 따라 체포ㆍ구금됐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취업 활동이 금지되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非)이민 비자인 ‘단기 상용’ B-1 비자를 통해 인력이 투입됐던 관례에서 탈피하고,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에 ‘E-4’ 비자 신설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산업 인력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침을 직접 밝혀 주목된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SNS에 이번 사태를 언급하며 “나는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 우리 국가의 이민법을 반드시 존중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한국 등) 여러분의 투자를 환영하며,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위대한 기술을 지닌 뛰어난 인재들을 데려오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우리는 신속하게 그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또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가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한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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