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프로덕트 리더. /사진: 네이버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네이버가 콘텐츠, 장보기,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 기업들과 ‘연합군’을 구성해 쿠팡에 맞선다. 쿠팡은 물류부터 커머스, 콘텐츠, 퀵커머스까지 자체 서비스로 수직계열화하며 ‘제국화’ 전략을 펴는 것과 정반대 방식이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혜택 중심으로 연합 서비스를 추가해 커머스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네이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9일 네이버는‘네이버 커머스 밋업 위드 컬리’를 열고 컬리, 우버와의 협업을 밝혔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사용자 단골력을 높이기 위해 빅브랜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며 “이 일환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프리미엄 장보기 시장에서 가장 풍부한 사용자층을 가진 컬리와의 파트너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ㆍ새벽배송 확보 위해 컬리에 먼저 ‘구애’
네이버가 최근 컬리와 손잡은 핵심 이유는 ‘신선식품 장보기’와 ‘새벽배송 물류’ 두 가지다.
이 부문장은 “대한민국에서 이 두 영역을 자체 경쟁력과 인프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사실상 컬리 정도여서 네이버가 먼저 컬리에 구애했다” 며 “네이버는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신선식품 DB와 프리미엄 장보기, 새벽배송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안정적이고 일관된 장보기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컬리N마트’ 와 ‘N새벽배송컬리’ 두 서비스를 동시 운영한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서 컬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 메인 화면에 노출되며 검색과 개인화 추천도 연계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신선식품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컬리보다 더 확장된 고객군에 대응하기 위해 친숙하고 대중적인 상품까지 제공한다.
N새벽배송컬리는 물류 협력이다. 지금까지 컬리에 입점한 판매자만 이용할 수 있던 새벽배송 인프라를 네이버 판매자에게도 개방한다. 이달 초부터 컬리의 물류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이 시작됐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상품 소싱 마진과 배송 단가를 개선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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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이용 가능한 '컬리N마트'. /사진: 컬리 제공 |
▲우버와도 제휴…멤버십 중심 연합군 확장
네이버는 3분기 중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 택시’ 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우버의 멤버십 서비스 ‘우버 원’ 을 연계할 계획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우버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9월 30일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새로운 고객 경험을 위한 연합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 부문장은 “넷플릭스는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좋았다” 며 “앞으로도 사용자 단골력 중심 생활 밀착형 분야에서 대표적 리더십과 로열티를 가진 파트너 중심으로 협업을 넓혀나가겠다” 고 말했다.
커머스를 넘어 콘텐츠,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서비스들이 네이버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막대한 트래픽 덕에 매출 등 외형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6000억원대 지분교환으로 ‘혈맹 ’ 을 맺은 CJ대한통운은 NFA로써 익일배송, 주말배송 등 다양한 N배송 서비스를 맡고 있다. 올해 4∼5월 소비가 둔화하면서 2분기 택배 물량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는데도 CJ대한통운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물량이 전년 대비 112.2%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유통ㆍ제조사들도 네이버 생태계 힘을 실감하고 있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서 고객이 매장이나 브랜드를 단골로 설정할 수 있는데 2022년부터 작년말까지 8억명의 누적 단골 고객을 확보했다. 이 중 이마트(216만명), CJ제일제당(154만명), 홈플러스(149만명) 등 초기부터 네이버와 협력해온 기업들의 단골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 곳곳에서 단골 고객을 만날 수 있게 진열대를 구성하고 검색결과 개인화 추천에서도 단골 여부를 우선 적용한 결과다.
이 부문장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카카오보다 네이버에서 더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며 “라운지 가입자는 미가입자보다 객단가가 2만원 높고 재구매율도 2.6배 높다” 고 말했다.
▲AI로 개인화 강화… 더 많은 파트너 유인 동력
네이버는 더 많은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협업 강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무기로 AI(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기술을 내세운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 앱에서 베타버전으로 적용한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웹 대비 콘텐츠 탐색 체류 시간이 10% 늘었고 구매전환율(40%), 고객당 구매단가(16%), 구매고객 중 멤버십 비중(70%) 등 주요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정경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프로덕트 리더는 “네이버 플러스스토어는 가격뿐 아니라 배송 속도, 리뷰, 멤버십 혜택 등 복합적인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4분기에는 홈 화면의 개인화 영역을 전면 확대한다. 기존에는 고객 이력ㆍ찜한 상품ㆍ구매 상품만으로 관심상품을 직접 추천했지만, 앞으로는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테마’로 추천 영역을 확장한다. 저당 잼에 관심이 있었던 고객을 건강한 식생활을 지향하는 취향을 가진 고객으로 구분해 클린푸드를 추천하는 식이다. 블로그와 카페 등 이용 이력까지 활용해 쇼핑 추천에 반영한다.
10월 중에는 쇼핑 리뷰를 발견 탭에 추가해 개인화 이력 상품과 AI 요약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AI 쇼핑 가이드 베타 서비스를 AI 쇼핑 에이전트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해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 연방군 vs 쿠팡 제국, 각각의 승부처는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연합군’ 방식과 쿠팡의 ‘제국화’ 전략이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제국화 방식은 고객경험을 강하게 통제할 수 있다. 로켓배송(물류), 쿠팡플레이(콘텐츠), 쿠페이(결제), 쿠팡이츠(퀵커머스)까지 쿠팡와우 멤버십으로 엮어 일관된 사용자경험(UX)과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게 가능하다.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초기 비용이 들지만 일정 규모에 달하면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부가 사업도 가능하다. 쿠팡의 차기 먹거리로 꼽히는 3PL(제3자 물류)가 대표적이다. 구매ㆍ시청ㆍ배달 등 전 과정 데이터를 통합해 락인(구독) 효과도 강화할 수 있다.
네이버식 연합체제는 확장성과 속도가 강점이다. 마케팅과 결제 시스템은 네이버가 제공하고 고정비용 부담이 큰 물류 등은 파트너 네트워크로 흡수하면 카테고리 확장은 물론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파트너 품질에 따라 고객경험(CX) 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주문ㆍ재고ㆍ마케팅 데이터가 분산되기 쉬워 일관된 초개인화에 한계가 있다. 네이버는 앞서 신세계와의 협업 이후 파트너사와의 협력 전략을 고도화하면서 컬리와는 UX부터 마케팅까지 일관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고객 수요에 맞춰 적시에 파트너 구성을 최적화하고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본 운영 효율, 확장 속도에서 구조적인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면서 “네이버의 연합 전략이 강하고 커질수록 쿠팡보다는 이 생태계에 들어오지 못하는 다른 경쟁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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