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속도감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도 건설투자 부진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건설 경기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DI는 앞서 지난달 경제동향 발표에서도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에 주로 기인해 낮은 생산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월 경제동향을 보면, 건설투자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7월 건설기성(-12.1%→-14.2%)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전월에 이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축부문(-10.4%→-16.4%)은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부진하면서 감소폭이 확대됐으며, 토목부문(-16.3%→-6.4%)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기성의 부진에는 폭염 등 기상 여건 악화도 작용한 것으로 봤다.
KDI는 “선행지표의 개선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투자로의 반영은 다소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심사 강화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지방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서 건설투자의 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건설투자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소비 부문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DI는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 소매판매액은 승용차의 높은 증가세 등에 힘입어 증가 폭(2.4%)이 전달(0.3%)보다 크게 확대됐다. 숙박ㆍ음식점업(-2.7→1.6%)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확대(25.5%)되면서 여행 수입이 증가한 점도 국내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DI는 “8월 소비자심리지수(111.4)의 높은 수준, 정부 소비지원 정책 등을 근거로 앞으로 소비개선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출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선제적 대응이 조정되며 향후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 및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반도체ㆍ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와 미국 연방 항소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 등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노태영 기자 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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