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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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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0 15:11:33   폰트크기 변경      
기술 개발 투입 비용도 기본 손해로 인정…중기부에 시정명령권 부여해 미이행시 형벌로 처벌

[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 피해 입증을 지원하고 개발 비용을 손해로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경찰청 등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기술침해 접수 현황. /표: 중기부 제공

최근 특허청ㆍ벤처기업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술침해 소송 과정의 애로사항 중 증거수집 곤란이 73%를 차지했다.

중기부가 지난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인용한 금액은 평균 1억4000만원으로 피해기업이 청구한 평균 금액 8억원의 17.5%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중기부는 기술탈취 피해 입증을 지원하고자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기술자료ㆍ특허ㆍ영업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 도입이 포함됐다. 법정 밖에서 진술 녹취와 불리한 자료 파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자료보전명령 제도’도 마련한다.

법원이 행정기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자료 제출 명령권을 신설하고, 디지털 증거까지 범위를 확대한다. 중기부는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받아 신고없이도 조사에 착수할 수 있으며, 공정위는 기술 탈취 빈발 업종에 대한 직권조사를 강화한다. 누구나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고에 따른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기존에는 중기부가 시정권고만 할 수 있었으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벌로 처벌한다.

이와 함께 하도급 관계의 기업이 기술을 유용할 경우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오던 것을 하도급 관계가 아닌 기업이 기술 탈취할 때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불법 취득한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재유출이나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기존 벌금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기술 탈취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개선했다. 침해당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입한 비용도 소송에서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한다.

법원이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을 ‘중소기업 기술 손해 산정센터’로 확대한다.

손해액 산정 시 필요한 기술 침해 소송판례, 기술 개발비용 정보, 기술거래 정보 등을 기술 보호 정보 제공 온라인 플랫폼인 ‘기술 보호 울타리’로 통합 수집ㆍ관리한다.

기술 탈취 예방 대책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업비밀 분류와 유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는 보안설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미리 맡겨두는 ‘기술 임치’를 현재 1만7000여건에서 2030년 3만건으로 확대해 분쟁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기부는 신고가 쉽게 이뤄지도록 ‘기술 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과 ‘중소기업 기술 분쟁 신문고’를 신설할 예정이다. 특허청과 경찰청의 기술 경찰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범법 행위가 의심될 경우 행정조사 사건을 수사 기관으로 이관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현재 3인 이상으로 구성하는 중소기업 기술 분쟁조정 제도에 1인 조정부를 신설하고, 기술 분쟁조정 제도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원격조정 적용 대상을 모든 사건으로 확대한다.

한편 중기부는 올해 말까지 국회와 논의를 거쳐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해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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