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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서 “잡곡밥 주세요”가 기본 옵션…서울시, 건강수명 3년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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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0 13:35:23   폰트크기 변경      
체력인증센터 2030년 100곳 확충

외식업소 1만5000곳 잡곡밥 
노인전문진료센터 ‘시립 4곳’
건강장수센터 100곳 확대
걷기 보험료 3~10% 할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9988 평생건강 서울’ 기자설명회에서 정희원 건강총괄관과 저속노화 밥상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집 앞 ‘체력인증센터’에서 체력을 재고 전문가에게 맞춤형 운동처방을 받는다. 식당과 배달앱에선 흰쌀밥 대신 통곡물‧잡곡밥을 고를 수 있고, 편의점‧학교 매점은 어린이 눈높이에 건강식품을 먼저 배치한다. 공공건물엔 ‘걷고 싶은 계단’을 설계해 자연스레 몸을 움직이게 하고, 손목닥터 ‘9988’에 쌓인 걸음 수는 보험료 할인과 연동된다.

서울시가 10일 공개한 종합계획 ‘더 건강한 서울 9988’의 윤곽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70.8세에서 74세로 3년, 운동 실천율을 26.8%에서 30%로 3%포인트 끌어올리는 ‘더 건강한 서울 9988_3ㆍ3ㆍ3!’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인 실천을 넘어 시민 맞춤 정책과 사회 시스템으로 시민 건강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이 이처럼 ‘생활형 건강정책’으로 방향을 튼 배경엔 구조적 지표가 있다. 기대수명은 83.2세(2022년 기준)인데 건강수명은 70.8세로 12년 넘게 짧다. 만성질환과 가공식품 중심 식습관이 결합하면서 시민 의료비는 연 20조원을 넘어섰다. 단순한 재정지원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더 건강한 선택을 쉽게 하도록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실행 전략은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 ‘365일 운동하는 도시’다. 체력인증센터를 2030년까지 100곳으로 늘려 상시 측정–진단–운동처방을 표준화하고, 체력등급이 오르면 인센티브를 주는 ‘서울체력 9988’을 가동한다. 생활체육 인프라도 넓힌다.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203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하고, 지역 내 학교 체육시설 100곳을 시민에게 개방한다. 누구나 참여하는 시민형 축제도 늘린다. 올가을엔 걷기 방식의 ‘느림보 마라톤’에 5000명이 참여하고, 내년부터 연 7회로 늘린 뒤 2030년에는 1만명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더 건강한 서울 9988_3·3·3!’. / 자료 : 서울시 제공 


둘째, ‘건강한 먹거리 도시’다. 외식ㆍ배달에서도 정제된 흰쌀밥 대신 통곡물ㆍ잡곡밥을 고를 수 있게 ‘옵션’을 붙인다. 참여 업소는 올해 1000곳에서 내년 3000곳, 2030년 1만5000곳으로 넓히고, 인증마크 부여와 배달앱 연계를 병행한다. 어린이 식습관은 유통 단계부터 건드린다. 편의점‧학교 매점의 어린이 눈높이 진열대에는 고염ㆍ고당 제품을 빼고 건강식품을 전면 배치하는 ‘우리아이 건강키움존’을 내년 300곳 시범으로 시작해 2030년 2000곳으로 확대한다. 음료ㆍ라면ㆍ과자류 등에 당‧나트륨 함량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가공식품 영양등급제’도 단계 도입한다. 균형 잡힌 식단을 적용하는 단체급식 ‘서울미래밥상’은 올해 500곳에서 2030년 3000곳으로 늘린다.

셋째, ‘어르신 건강노화’다. 서울의료원ㆍ보라매병원ㆍ서남병원ㆍ동부병원 등 시립병원 4곳에 다분야 협진 ‘노인전문진료센터’를 신설해 환자 선별–치료–퇴원 후 지역 연계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집 가까운 ‘서울 건강장수센터’는 올해 5개 자치구 13곳에서 내년 43곳, 2030년 100곳으로 확대해 총 80만명을 관리한다. 의사ㆍ간호사ㆍ영양사ㆍ운동사가 팀을 이뤄 예방관리부터 통합돌봄까지 지원하고, 방문간호사는 가정을 찾아 만성질환부터 우울 검사까지 64개 항목을 세밀히 점검한다. 인지 건강을 위해선 AI 치매예방 플랫폼 ‘브레인핏45’를 도입해 조기 대응을 강화한다.

넷째, ‘건강도시 디자인’이다. 어르신 비율이 높은 지역부터 마트‧복지시설 주변 활동 동선에 ‘건강 쉼 벤치’를 시범 설치한 뒤 2027년까지 전 자치구 100개 동으로 넓힌다. 공공건축물은 설계 공모 단계부터 ‘걷고 싶은 계단’을 기본 요소로 반영해 계단 이용 자체를 일상화한다. 디지털 측면에선 시민 240만명이 쓰는 ‘손목닥터 9988’을 종합건강관리 슈퍼앱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이번 종합계획 수립에 참여한 정희원 서울건강총괄관은 “시간이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시민 누구나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드는 게 정책과 시스템의 역할”이라며 “저속노화를 위한 고속정책을 추진하는 도시를 목표로 시민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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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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