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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오드 그로서(ODD GROCER)' 플랫폼 화면./이미지=하림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식품이 식탁에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제조와 유통 기업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배송전쟁을 시작했다.
하림이 이달 선보인 '오드 그로서(ODD GROCER)'는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이다. 핵심은 '당일 생산, 당일 출고'다. 당일 낳은 계란과 도축한 닭ㆍ오리고기를 배송하겠단 전략이다. 쌀은 당일 도정, 참기름ㆍ들기름은 당일 착유, 샐러드는 당일 수확을 원칙으로 한다. 돼지고기를 5일의 숙성기간을 거치고, 소고기를 부위별로 최적의 숙성 기간을 따른다.
이 시스템이 가능한 건 하림이 약 1500억원을 들여 구축한 자체 풀필먼트 시스템인 'FBH(Fulfillment By Harim)' 덕분이다. 하림은 기존 익산공장에 지난 2021부터 FBH를 짓기 시작해 올 초 완공했다. FBH에서는 익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바로 옮겨 합포장해 배송한다.
이는 식품 공장에서 생산한 뒤 각 유통사의 물류센터로 이동해 보관하고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과정을 줄여 신선함을 극대화하겠단 계획이다. 마지막 최종 배송은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택배사가 맡는다. 하림은 식재료 제조ㆍ가공부터 배송까지 책임진다는 뜻에서 이 과정에 'C2C(Cut to Consume)' 서비스라고 이름 붙였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사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하림은 종합식품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필먼트에 도전하고 있다"며 "식자재 계열에서 풀필먼트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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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바로퀵' 화면./사진=이마트 |
이마트는 배송의 '마지막'에 집중한다. 지난해 11월 퀵커머스 시범 점포를 도입했던 이마트는 연내 80여곳으로 도입 점포를 늘리기로 했다. 운영 상품도 현재 6000여개에서 1만개 이상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그로서리(식료품) 상품을 '1시간 내에' 받아볼 수 있게 하겠단 계획이다. 퀵커머스 매출 중 90%는 신선ㆍ가공식품이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플랫폼도 다변화한다. 기존 '배달의 민족'에 이어 이달 초 '쓱닷컴(SSG컴)'의 '바로퀵'에 입점해 멀티 채널을 확보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바로퀵 운영 이후 일주일 동안 주문 건수가 이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식품제조 기업은 공급망 앞단에서, 유통 기업은 뒷단에서 배송 혁신을 시도하는 건 배송이 단순한 유통 과정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경험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모든 기업이 신선식품을 매일 신선하고 빠르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며 "빠른 배송은 이미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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