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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금 사태 일단락… 후폭풍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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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5 16:09:46   폰트크기 변경      

韓 근로자 316명 무사 귀국… 전문인력 공백에 따른 공장 공기 지연 불가피
하루 지연에 33억 손실… 협력사 피해도 확산 전망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자동차ㆍ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단속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대규모 인력 공백으로 인한 공기 지연, 보조금 축소, 협력사 피해 등 후폭풍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전세기를 통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 당국의 단속 과정에서 체포돼 약 일주일간 구금됐다가 11일 새벽 석방됐다. 당시 총 317명이 구금됐으나 가족이 미국 영주권자이고 현지에 살고 있는 1명은 현지에 남았고, 외국 국적자 14명은 함께 귀국편에 탑승했다.

업계에선 한국인 전원의 무사 귀환을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간 30GWh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는 HL-GA 배터리 공장은 공기가 하루 늦춰질 때마다 매일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50GWh급 배터리 공장이 멈출 경우 하루 약 400만달러(약 5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HL-GA에 환산하면 하루 약 33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비용 증가와 신뢰도 하락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 경영진도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공식 언급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미국 현지 행사에서 “이번 일은 우리에게 최소 2∼3개월의 지연을 일으킬 것”이라며 “공장 건설 단계에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기술과 장비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HL-GA 공사 지연에 따른 물량 부족분을 SK온 등 기존 협력사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피해는 완성차를 넘어 협력사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HL-GA 공장에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기로 한 국내외 소재업체들은 납품 지연에 따른 계약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배터리 핵심소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경우 생산라인 운영계획 전반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납품 일정이 맞춰져야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 출하까지 차질이 없는데 이번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인 비자 문제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불법 체류와 관광비자 활용을 문제 삼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광비자는 단기 체류 목적이라 현장에서 장기간 근로할 수 없고, 반드시 H-1B 같은 정식 취업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 미 당국의 원칙이다.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근로자는 반드시 정식 근로비자를 받아야 하며, 관광비자를 통한 인력 투입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현지에서도 HL-GA 공장 건설 중단에 따른 지역 경제 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용 목적의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 H-1B의 한국 할당 신설,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 비자인 E4 신설 등의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 지연이 곧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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