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4인 선임 성공했지만 핵심 안건인 경영진 해임·이사회 확대는 무산
나 대표 법정관리인 지위로 실질 경영권은 유지될 듯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정로환과 염색약으로 국민들에게 친숙한 동성제약의 운명을 가를 임시주주총회가 12일 치러졌다. 결과는 브랜드리팩터링의 ‘반쪽승리’로 결론났다. 이사 4인 선임에는 성공했지만 핵심 목표였던 나원균 대표 해임과 이사회 확대는 무산됐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열린 동성제약 임시주주총회는 당초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주주들과 보안요원, 경찰 간 마찰과 의결권 검수 지연으로 오후 5시 10분께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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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동성제약 임시주주총회 의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임시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김호윤 기자. |
이날 임시주총에는 의결 주식수(자사주 제외) 2440만8359주 가운데 54.68%에 해당하는 1334만6736주가 참여했다. 주총의 핵심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소액주주들의 선택이었다.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11.16%), 나원균 대표(2.88%), 이양구 전 회장(3%대) 모두 결정적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날 총 5개 안건이 상정됐다. △1호 의안 정관변경 △2호 의안 이사선임 △3호 의안 이사해임 △4호 의안 감사해임 △5호 의안 감사선임 등이다.
결과는 양측 모두 반쪽 짜리 승리를 가져갔다. 특별결의사항인 △1호 안건 정관변경 △3호 의안 이사해임 △4호 의안 감사해임은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이들 안건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브랜드리팩터링이 요구했던 현행 7명 이사회의 11명 확대와 나원균 대표, 원용민 이사, 남궁광 사외이사 등 현 경영진 해임안은 불발됐다. 5호 의안인 감사선임 건은 후보자 사퇴로 취소됐다.
다만 일반결의 사항인 2호 안건 이사선임은 통과됐다. 함영휘·유영일·이상철 사내이사와 원태연 사외이사가 총 692만1464주의 찬성(51.85%)을 얻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이사 4인 선임으로 브랜드리팩터링은 이사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나원균 대표이사를 해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나 대표가 해임되더라도 브랜드리팩터링의 완전한 경영권 장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 대표가 법정관리인 자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는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결정되어도 법정관리인 자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법원이 관리인에게 업무수행권과 재산관리·처분권을 모두 전속시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시주총결과에 따라 양측모두 반쪽짜리 승리를 가져간 만큼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임시 주총은 삼촌과 조카 간 갈등에서 비롯된 경영권 분쟁으로 소집됐다. 이양구 전 회장이 현 경영진이 경영에 실패했다며 같은 달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며 경영권 분쟁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나 대표 측은 이 전 회장의 주식 매각이 과거 맺은 ‘의결권 포기 약정 및 주식양도 제한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브랜드리팩터링은 경영진 해임·이사진 교체 등을 주안건으로 상정한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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