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과 관련한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수익성 회복에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별로 책준 사업장이 속속 준공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신탁사들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거나, 법적 책임에 따른 실질 부담문제가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공사원가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사 위기가 신탁사로 전이되면서 책임준공 사업장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책준형 신탁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신탁사가 기한 내 준공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의 신탁을 말한다. 시공사 부도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사유로 준공이 어려워지는 경우 신탁사가 채무를 떠안아야 하며 최근에는 소송 리스크도 노출된 상태다.
실제 최근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285개에 달했던 책준형 사업장 수는 올 6월 말 123개로 줄었다.
반면, 책임준공 기한이 경과로 손해배상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은 같은 기간 2곳에서 43곳으로 늘었다.
또한, 신탁사 신탁계정대 잔액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8조5000원(대손충당금 반영 전)으로 신탁사 자기자본 5.6조원의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 0.9배보다 크게 악화한 것이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으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투입된다. 추후 회수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손실로 인식된다.
더욱이 법원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원리금 전액 배상 판결이 이어지며 신탁사의 법적 책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신탁사에 책임준공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올 2분기 14개 신탁사의 영업이익은 -1195억 원을 기록했다. 예상손실과 손해배상책임 등을 신탁위험 충당부채, 기타 충당부채 등으로 계상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신탁계정대 투입 부담도 있어 신탁사의 수익성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탁사 관계자도 “최근 법원이 책준과 관련해 PF 대출이나 입주지연, 분양계약 분쟁 등에서 신탁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미 손실을 많이 반영한 상태지만, 소송 등에 따른 리스크가 있어 당분간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기존에 수주한 책준형 사업장 상당수가 준공됨에 따라 추가적인 신탁계정대 투입부담이 낮아지고 있고, 추가로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며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의 PF를 대지급해도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해 일정부분 자금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PF대지급 등 자금유출 시점과 대금회수 시점 간의 차이 등에 따라 자금조달 부담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자본이 취약하거나 대주주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인 일부 신탁사들은 분양 경기 및 업황 저하 등이 심화하는 경우에는 정리과정에서 재무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노일 기자 ro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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