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수급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 ‘책임주의’에 반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이 된 ‘철근 누락’ 부분의 감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건설사업관리(CM) 업체에 대한 제재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CM사들이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을 구성해 감리업무를 맡았더라도 제재처분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업체만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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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경제 DB |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 부장판사)는 CM사인 A사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23년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무량판 구조인 지하주차장 기둥에 전단보강근 배근이 누락돼 주차장 천장과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단보강근’이란 철근콘크리트(RC) 부재의 전단 파괴와 휨 방지를 위해 ‘ㄷ’자 모양으로 보강하는 철근을 말한다.
이후 LH는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이 시공사뿐만 아니라 설계도서 검토ㆍ검측 등 감리업무를 부실하게 한 CM사에도 있다고 보고 CM업무를 맡았던 AㆍBㆍC사 컨소시엄에 각각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렸다. 국가계약법 등은 계약 이행을 부실하게 한 업체 등에 대해서는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최대 2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A사는 “컨소시엄 내부 업무분장에 따라 토목과 기계 부문의 감리업무만 담당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공동수급체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서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LH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동수급체 구성원이 내부 업무분장상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동수급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게 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동수급체 구성원이 연대해 계약이행 책임을 부담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서만 행정상 제재처분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건설사업관리 업무수행계획서에 포함된 컨소시엄의 업무분장 내역에도 사고 구간의 철근 누락에 관한 설계도서 검토 등 건축 부문에 대한 감리업무는 BㆍC사의 담당 업무로 명시된 반면, A사는 토목과 기계 부문의 감리업무만 담당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공동수급체의 업무분장 내역이 포함된 건설사업관리 업무수행계획서를 제출했으므로, LH도 업무분장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인 B사와 C사도 모두 A사가 처분사유와 관련된 감리업무에 실제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조희태 변호사는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에 대해서도 행정제재 책임에 있어서는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뿐 아니라, 영업정지, 과징금, 부실벌점 등 각종 행정제재처분에 있어서 공동수급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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