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품질 제고, LH 매년 3월 평가
등급 따라 1년간 최대 1.2점 감점
계열사 통해 꼼수 응모 속출 지적
“생존 위한 합법 자구책” 반론도
조달청 “실태 파악 후 대책 검토”
![]()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조달청이 올해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 업무 이관 2년차를 맞은 가운데, 설계품질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한 감점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감점 대상 업체들이 계열사를 통해 설계공모에 우회로 참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15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5월부터 용역수행 결과를 토대로 한 ‘설계공모 가ㆍ감점제’를 시행 중이다. 기존에 LH가 운영하던 ‘연간 당선 건수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상벌 연동형 평가제도를 강화해 설계 품질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평가는 매년 3월 말 LH가 실시하며, 등급에 따라 해당 업체는 이후 1년 간 LH 발주 설계공모에서 최대 1.2점의 감점을 부여받는다.
우수나 양호로 평가받아도 LH로부터 ‘품질 미흡 통지서’를 받으면 1회는 ‘미흡 등급’, 2회 이상은 ‘불량 등급’으로 자동 하향한다. 올해 평가에서는 미흡 등급(0.6점 감점)을 받은 업체가 18곳, 불량 등급(1.2점 감점)을 받은 업체가 17곳으로 나타났다. 우수 등급을 받은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문제는 불량 등급을 받은 업체들 중 다수가 감점을 회피할 목적으로 계열사를 앞세워 여전히 공공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A사는 지난해 말 자본금 2억원으로 관계사 B사를 세운 뒤, 올해 LH 설계공모에서 주관사 3건, 부관사 6건 등 총 9건을 따냈다.
![]() |
지난해 개소한 조달청 ‘공공주택 심사마당’ 내 대기실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설계공모 심사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전동훈 기자. |
건축설계업계에서 ‘공공시장 강자’로 통하는 C사 역시 동일 주소지에 단 한 층만 구분해 계열 D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D사가 주관사와 부관사로 3건씩 총 6건을 수주했다. 현재 D사 대표직에는 과거 C사 대표가 자리를 옮겨 이름을 올렸다.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A사와 C사 모두 지난해 LH 평가에서 ‘불량 등급’을 받았다.
계열사 설립ㆍ운영 배경에 대다수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들은 “감점 회피 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E사 임원은 “조달청 평가에서는 원점수 합계로 순위가 갈리는데, 1.2점 차는 심사위원 한 명의 표를 잡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감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별도 법인을 세워 수주한 뒤, 모기업이 인력 파견이나 후방 지원을 맡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 F사 임원은 “설계품질은 안전과 맞닿아 있는 만큼, 당장은 부담스럽더라도 법인 분할이나 명의 변경을 통한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일정 지분에 따라 효력 승계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계열사 설립을 단순히 편법 행위로만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매출을 분할해 중소기업 세율을 적용받으면 절세 효과가 생기고, 이를 직원 상여금이나 장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운영비로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소 계열사를 둔 중견 G사 임원은 “세금은 오르고 인건비와 영업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 자구책이자 생존 전략”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실태를 면밀히 살펴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동훈 기자 jd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