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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만에 경매 이중섭 '소와 아동' , 최고가 47억원 '소'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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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5 14:17:36   폰트크기 변경      
케이옥션, 24일 가을 세일행사....박수근-김창열 수작 등 126점 경매

한국의 논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강인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사진) 역시 한국인에게 각별한 대상인 소의 특성을 선하면서도 우직하게 묘사했다.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대변하는 존재로 소를 선택한 그는 자신을 투영하며 회화 세계를 관통하는 결정적인 모티브로 삼았다. 6·25전쟁을 피해 1951년 가족과 함께 제주 서귀포에서 1년 가까이 산 이중섭은 화폭에 소를 중심으로 향토적·서정적 주제인 아이들과 게, 물고기, 가족을 함께 그려넣어 역사적 수난을 대변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색칠했다. 1954년에 탄생한 '소와 아동'은 민족적인 주제의식에서 점차 자전적인 내용으로 옮겨간 대표작이다.

오는 24일 케이옥션 가을 경매에 출품된 이중섭의 '소와 아동'   .                                                                  사진=케이옥션 제공

이중섭의 득의작 ‘소와 아동’을 비롯해 극민화가 박수근, 김창열 등 한국 근대미술작가들의 명작들이 가을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수작 126점을 경매에 부친다. 출품작의 추정가 총액은 약 150억원에 달한다.

지난 6일 폐막한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와 ‘프리즈 서울’을 다녀온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이사는 ”경기 침체로 억눌려있는 문화예술 향유자의 소비 심리와 더불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2000년생)까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 작품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미술품을 사 모으는 부유층이 3년째 지갑을 닫고 있지만 하반기에 증시와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만큼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30~50대 투자자들이 그림 매수세에 가담할지 주목된다.

국내외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미술시장의 분위기 역시 우호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케이옥션이 이번 가을 세일 행사에 국내외 컬렉터를 흥분시킬 만한 근현대미술품을 줄줄이 입찰대에 올린다.

가장 하일라이트 작품은 역시 이중섭의 1954년 작 '소와 아동'.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를 통해 공개된 이래 한 명의 소장자가 70년 동안 간직해 온 작품이다. 머리를 땅에 댄 채 엎드려 있는 소와 소 뒷다리 사이에 앉아 있는 아이를 차지게 잡아냈다. 이 작품은 그동안 경매시장에 출품된 기록은 없지만 이중섭의 주요 전시에는 여러 차례 출품될 정도로 미술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미술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이중섭의 기존 낙찰 최고가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중섭의 최고가는 지난 2018년 서울옥션에서 47억원에 낙찰된 ‘소’다.

케이옥션 측은 이중섭의 '소와 아동'에 대해 “아이와 소가 맞닿은 장면은 단순한 생활 풍경을 넘어, 생명력과 희망,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교감을 상징한다”며 “갈색, 회색, 연한 분홍빛이 뒤섞인 불투명한 색조는 전후 한국의 현실을 은유함과 동시에 따스하면서도 절박한 정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의 선묘는 꿈틀거리는 듯 격렬하지만, 모든 것이 정확히 계산된 듯한 단숨의 붓질로 마무리되어 화면 전체에 깔끔하고 경쾌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경매는 25억원부터 시작한다.
박수근의 '소'                                                                                               사진=케이옥션 제공

박수근의 1959년 작 '산'도 새 주인을 찾는다. 황갈색과 회백색을 사용해 산과 나무, 흙과 돌을 표현한 풍경화다. 박수근의 독창적인 질감과 한국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경매 시작가는 13억원이다.
김창열의 '회귀'                                                                사진=케이옥션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 중인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들도 다섯 점이나 출품된다. 물방울이 시작된 1970년대 작품부터 재료의 실험과 확장이 이뤄진 1980년대 작품, 그리고 동양 철학의 깊이가 더해진 1990년대 작품까지 아우렀다. '물방울'이라는 모티프에 평생을 바친 김창열의 철학과 예술적 여정이 깊이 있게 스며든 걸작들이다. 1976년에 그린 대표적인 수작 '물방울'의 추정가는 9억~18억원으로 매겨져 있다.

이 밖에도 백남준, 윤형근, 박서보, 장욱진, 이우환, 하종현 등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김윤신, 이불, 서도호 등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이당 김은호, 내고 박생광, 오원 장승업의 회화 작품과 추사 김정희, 백범 김구의 글씨 등이 출품된다. 경매 출품작들은 13∼24일 케이옥션 본사 전시장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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