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미국이 9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의 완화 기조가 달러 약세와 환율 하락을 이끌 수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과 달러 수요가 여전해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1390원대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는 16~17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환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0.25%포인트(p)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고용 둔화 흐름과 전문가 전망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을 수 있다”며 “백악관의 금리 인하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려는 합리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후 추가 인하 신호가 원·달러 환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연준 금리 인하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인 만큼 추가 인하 시그널이 더 강하게 나오면 달러 약세와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달러 약세 폭이 크지 않아 환율 하락 폭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이 12월까지 세 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달러가 일부 약세를 보일 수 있어 환율은 1360원대에서 1370원 사이에서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 통화정책도 변수다. 한국은행은 오는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대미 협상 부담과 성장세·수요 압력 약화를 고려할 때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10월이나 11월쯤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과거 최대 200bp까지 벌어졌던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환율 안정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할 정도라는 점은 달러 환율 상방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자국 통화를 담보로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한 바 있다.
조 연구원은 “4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00원대 중반으로 예상한다”며 “하단은 132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1200원대 진입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1300원대 중반에서는 달러 수요가 상당히 견조하다”며 “리테일과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수출업체들도 환전을 꺼리고 달러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달러 인덱스가 90 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금리 인하가 세 번 이뤄져도 달러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달러 가치 전망에 대한 경계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달러 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국제적 지위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편의성을 바탕으로 수출입 결제에 널리 활용될 경우 달러 가치 변동이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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