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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공IT의 역설 “외국계는 진입하는데 토종기업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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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6 16:14:34   폰트크기 변경      
“공공SW 정상화 없인 혁신도 없다”…외국계는 몰려오는데 토종은 적자 늪

이해민 의원실(조국혁신당)과 한국정보기술(IT)산업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SW사업 적정대가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가운데 이해민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최현택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뒷줄 맨 왼쪽)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왜 한국에는 글로벌 유수 SW(소프트웨어)기업이 없을까? 공공SW는 토종 IT기업들이 성장할 마중물이 됐을까.”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소프트웨어사업 적정대가 현실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숙경 KAIST 교수는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공공IT 예산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 그 중 유지보수 예산이 70%를 차지한다”며 “부처 CIO(최고정보책임자)가 과장급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처럼 최소 실장ㆍ차관급으로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해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주관했다. 대신정보통신 대표이자 협회장인 최현택 회장은 환영사에서 “공공SW사업은 좋은 대국민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대가 지급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 간극이 크다”며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산업 기반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공공SW사업이 ‘잘해야 본전’인 구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장호 아이티센엔텍 대표는 “분석ㆍ설계가 끝난 뒤 업무량이 늘어나 FP(Function Point, 기능점수)가 3배 늘어난 사업이 있었다. 과업변경위원회를 요청해 1년 가까이 논쟁했고, 결국 업무를 40% 덜어내 적자를 8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였다”며 “총액입찰제 때문에 내역 조정이 어렵고, 내역입찰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현 응용SW기업 유엔파인 대표도 “중소기업한 지 15년 됐고, 발주자가 기능점수를 입찰 문서에 사전 공개해달라고 10년간 요구했지만 근거가 없었다”며 “내가 발주자라도 총액입찰제를 주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발주 부처의 애로도 공유됐다. 국가보훈부 신우찬 정보화담당관(공공정보화발주협의체 회장)은 “과업요건을 명확히 해달라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며 “발주자 입장에서 과업변경을 해도 기재부에서 예산을 받는 게 불가능하고, 우리 국가계약법은 도급계약만 있어 장기간시변경 과업에 맞는 글로벌 스탠다드 계약방식을 허용하지 않아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경빈 LG CNS 공공사업총괄은 “차세대 공공사업을 대부분 진행하면서 수천건의 요구 문건을 처리해야 했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의 50% 이상을 수행해야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고 양측 의견이 상충돼 분쟁조정위도 힘든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이 없으면 과업을 덜어내야 한다. 계약자의 특수성을 어떻게 소화할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작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는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숙경 교수는 “이런 문제는 ‘해묵은 과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입법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승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도 “20년 전과 똑같은 문제”라며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연구해 협회를 통해 입법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업계는 공공SW사업이 구조적 적자로 국내 기업에 매력적이지 않은 반면, AWS(아마존웹서비스) 같은 외국계 기업들이 클라우드ㆍAI 등 혁신사업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중견ㆍ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기업 진입을 막아왔지만, 오히려 글로벌 기업이 ‘빈자리’를 차지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정상적 대가 지급과 계약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는 20~30년간 지속됐다”면서 “SW사업은 비가시성으로 확정하기가 쉽지 않아 마지막까지 변경을 하는 사업인데, 총액계약은 금액계약이 절대 불가인 만큼 AI시대에 맞는 계약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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