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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퇴 압박 고조… 법조계 “재판 독립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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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6 14:20:40   폰트크기 변경      

與, 탄핵 거론하며 ‘사법부’ 대공세
李대통령 ‘선출권력’ 우위 발언
“삼권분립 훼손” 우려 목소리 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사퇴 요구’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과 이른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사법부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관철하기 위해 압박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압박이 오히려 재판 독립 침해는 물론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6일 SNS를 통해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희대는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 통속”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움직임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추 위원장은 앞서 지난 14일 SNS에서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 물러나야 사법 독립이 지켜진다”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고 말했다.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압박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본격화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인 국민 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며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입법부(국회)나 행정부(대통령)이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이후 다음날인 12일 조 대법원장이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 기조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의 ‘융단 폭격’이 시작됐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A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사법부를 공격하라’는 신호처럼 들렸다”고 꼬집었다.


다만,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을 겨냥한 사퇴ㆍ탄핵 압박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B 전 대법관은 “사법부가 성역은 아니지만, 재판의 진행 상황이나 일부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ㆍ여당이 대법원장 사퇴ㆍ탄핵 등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과거 유신독재 시절처럼 ‘사법부(司法府)’를 ‘사법부(部)’로 전락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여권의 압박에 대해 일선 판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재판의 결론을 정해둔 채 ‘그대로 따르라’고 압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다.

C부장판사는 “특정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현재 내란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라고 지적했다. D부장판사도 “사건 배당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재판의 독립성ㆍ공정성 침해”라고 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이 상하 관계’라는 말 자체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삼권분립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임명된 하위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선출된 권력 중에서도 최상위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느냐. 이 대통령도 당시 환영하지 않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상위’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하다 보니 이런 모순적이고 일관성 없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부ㆍ여당이 뭐가 잘못됐는지부터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이런 상황이 달라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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