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운영중인 AMR 등 로봇./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차ㆍ기아 공장에서 수백대의 로봇들이 동시에 움직이며 자동차를 만든다. 생산 로봇부터 부품을 나르는 무인 운반차까지, 이들이 통신 끊김 없이 일사분란하게 작동하는 비결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체형 무선단말기에 있다. 현대차ㆍ기아는 지난해 말부터 이 기술을 울산공장과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ㆍ기아는 스마트 공장에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운연한다고 17일 밝혔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생산 로봇은 물론, 공장 내에서 부품을 옮기는 AGV(무인운반차)와 AMR(자율이동로봇) 같은 물류 로봇이 있다.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로봇도 활동한다.
이 로봇들은 단순히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생산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품 운반 로봇이 다른 로봇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무선 통신이 필수다.
기존에는 와이파이와 모바일 네트워크를 각각 처리하는 단말기가 따로 있어서, 로봇마다 하나씩만 선택해서 달아야 했다. 만약 그 통신에 장애가 생기면 로봇이 멈춰버렸다. 특히 공장 자동화가 빨라지면서 로봇 수가 늘어나자 통신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몰린 트래픽 때문에 통신망에 장애가 생기는 일이 잦아졌다.
현대차ㆍ기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파이6와 P-5G(Private-5G)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무선 연결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과 미국에 특허도 출원했다. P-5G는 일반적인 5G와 달리 폐쇄된 환경에서 허가받은 사용자만 쓸 수 있는 모바일 네트워크다. 제한된 공간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일체형 단말기의 핵심은 자동 전환 기능이다. P-5G에 장애가 생기면 곧바로 와이파이6 방식으로 바뀌어 통신을 이어간다. 마치 휴대폰이 와이파이가 끊어지면 자동으로 데이터 통신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HMGMA에서 운영중인 AMR 등 로봇./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단말기의 개수와 부피, 무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통신이 중단되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공장 운영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현대차ㆍ기아는 설명했다.
현대차ㆍ기아는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협력사와의 상생도 도모했다. 핵심 기술을 협력사에 제공해 함께 개발했고, 협력사는 이를 바탕으로 통신 모듈을 활용할 수 있는 API를 만들었다. API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통신 신호와 로봇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보면 된다.
현대차ㆍ기아는 이 API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물류설비의 통신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기업들도 이 단말기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혁신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더 나아가 현재 와이파이6보다 속도와 안정성이 뛰어난 와이파이7을 활용할 수 있는 통합형 단말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ㆍ기아 관계자는 “내년 초 개발을 완료해 국내외 공장에 설치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ㆍ기아의 스마트 공장은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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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6, P-5G 일체형 단말기가 적용된 공장의 인포그래픽./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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