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 패널티가 강화되지만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금융권도 사고 발생 원인 규명 등을 고려해 신규 대출 등에 대한 한도 축소 방안을 중대재해 발생 즉시 적용하기보다 원인 규명 등이 명확해지는 시점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고려할 전망이다.
다만 사고 발생 원인이 근로자의 과실로 판정된다면, 판정 결과까지 받은 기업의 불합리한 금융 비용 발생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와 금융권 모두 난감하다는 의견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금융권의 대출과 보험, 정책금융, 자본시장 공시와 평가 등 전 금융 부분에서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붕괴사태처럼 '신용상태의 현저한 하락이 예상되는 언론보도가 사실로 확인'되거나 포스코건설의 인명 피해처럼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 개시 및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한도성 여신에 대한 감액 조치가 전 금융권에 규정된다.
은행은 중대재해 등에 대한 여신심사 비중을 높이고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항목과 등급조정 항목에 명시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은 건전성 규제 기준이 각 행의 내부 상황에 따라 규정하는 '내부등급법'인 만큼 각 행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의 자체적 판단을 위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 관련 정보를 금융권 전체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광주 화정 붕괴사태와 같이 규모가 큰 중대재해는 금융권에게 명확하게 인식되지만, 근로자 1명의 인명피해 등이 발생하는 중대재해 문제는 사고 원인 등이 복합적인 만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패널티 적용 시점이다. 사고 원인이 기업이 아닌 근로자 개인의 과실일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도 이같은 사고 규명 문제 등으로 즉시 적용보다 사고 원인이 보다 분명해질 때까지는 상환능력 여부 등을 고려해 패널티 적용을 자율 판단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은 중대재해 발생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반영된다고 해도 회사채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정도지만, 중소형 건설사 등은 신규대출 중단 등 자칫 재무상태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도 이같은 중소형 건설사 등의 재무 문제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면 위험가중자산 증가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입찰제한 등에 대한 적용 시점을 추가 검토하기로 한 만큼 금융권도 추가 검토 결과 등을 참고하겠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도이기 때문에 금융권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체적인 판단으로 적용 시점 등을 고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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