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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속 첫발 뗀 ‘한강버스’…서울 교통ㆍ문화 새 실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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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7 16:35:29   폰트크기 변경      
2년 7개월 만에 정식 운항 시작

마곡~잠실 7개 선착장 28.9㎞ 연결
선착장 카페ㆍ축제 연계 문화 공간

吳 “한강르네상스 정점 찍는 역사적 순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한강버스 취항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가 마침내 정식 운항에 들어간다. 한강을 단순한 여가 공간을 넘어 일상의 교통망으로 엮겠다는 발상은 수차례 논의됐지만, 실제 제도권 사업으로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17일 여의도 선착장에서 취항식을 열고, 다음 날 오전 11시부터 시민을 태우는 정기 노선 운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사말에서 “한강버스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를 받으며 진행된 사업은 서울시 사업 중 처음인 것 같다”며 “오늘 출항하는 날까지 이렇게 많은 고초가 있는 것 보니까 앞으로 더욱더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노선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총 28.9㎞.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잇는다. 초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하루 14회 운행하며, 10월 10일부터는 평일 출근 시간 급행편을 포함해 하루 30회로 늘어난다.


연말에는 선박 12척을 확보해 하루 48회 운항이 목표다. 요금은 성인 3000원이며 대중교통 환승이 가능하다. 월 6만25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에 5000원을 더 내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사진5.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 취항식을 마친 후 한강버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선박 내부는 파노라마형 유리창과 카페테리아, 접이식 테이블, 자전거 거치대, 휠체어석까지 갖췄다. ‘경복궁호’, ‘남산서울타워호’, ‘세빛섬호’ 등 서울 명소 이름을 붙인 배마다 포토존이 마련됐다. 운항 중에는 여의도~압구정 구간에서 남산서울타워와 한강철교, 옥수~뚝섬 구간에서 청담대교, 세빛섬, 달빛무지개분수 등 주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선착장도 단순히 승하차 지점이 아니다. 여의도에는 스타벅스, 잠실에는 테라로사, 망원에는 반려견 동반 카페가 입점했다. 치킨집과 라면 체험존 같은 K-푸드 매장도 들어섰다.


뚝섬 선착장 루프톱은 LP 음악을 고르는 ‘바이닐 한강점’으로 꾸며져 젊은 층 사이 ‘핫플’로 떠올랐다. 시는 뚝섬 드론라이트쇼, 여의도 책축제, 잠원 무릉도원축제 등과 연계해 한강버스를 축제장행 교통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강버스 내부. / 사진 : 박호수 기자 


하지만 기상 변수는 여전히 한계다. 이날 행사장은 시작부터 거센 비바람에 휩싸였다. 당초 취항식 뒤에 예정된 시승 행사는 물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지면서 전격 취소됐다. 시는 “시계가 1㎞ 아래로 떨어져 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다. 불과 이틀 전 “연간 미운항 일수는 최대 20일”이라고 강조했던 기자설명회 발표와 배치되면서 현장의 혼선을 자초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이란 본질적으로 시민이 비ㆍ눈ㆍ더위를 견디며 이동할 때도 함께해야 한다. 한강버스가 ‘날씨 좋은 날에만 운행하는 배’라는 인식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시민의 발이 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취항식 직후 비가 그치면서 “비 오는 날에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실시간 운항 정보를 모빌리티 앱과 TOPIS로 제공하고, 시계가 떨어지면 가까운 선착장으로 회항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언제든 믿고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럼에도 한강버스의 시도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한강을 바라보던 공간에서 즐기고 건너는 공간으로 확장해온 ‘한강 르네상스’ 정책은 이번 수상교통 실험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카페ㆍ음악ㆍ축제와 연결된 한강 생활문화가 자리 잡을지, 아니면 일반 대중교통보다 긴 이용 시간과 날씨 변수에 발목 잡힐지는 앞으로의 성적표에 달려 있다.

이날 오 시장은 “한강버스의 출항은 한강르네상스의 정점을 찍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감히 단언컨대,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의 관점에서 한강의 역사는 한강버스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나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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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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