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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 구조조정 게걸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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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18 05:00:27   폰트크기 변경      
빅딜 신호탄 쐈지만 기업간 이해관계 얽혀 지지부진

중국ㆍ일본ㆍ유럽 설비 감축 속도전…한국은 370만톤 목표에도 자율 협의 난항
NCC 통합안 두고 동상이몽


여천NCC 제3사업장 전경 / 여천NCC 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더딘 상태다. 사업재편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빅딜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개혁의 일환으로 20년 이상 노후 설비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 에틸렌 기준 약 1000만톤이 대상이다. 신규 승인 제한 방침도 병행한다.

일본은 2014년부터 범용 중심의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에틸렌 생산량이 2010년 802만3000톤에서 2020년 681만7000톤으로 줄었으며, 2028년 430만톤까지 약 36%의 추가 감축을 단행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쉘ㆍ사빅ㆍ다우 등 메이저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약 687만톤 규모 에틸렌 설비의 가동 중단ㆍ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석화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업계와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개별 사업재편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석화기업은 연말까지 개별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기로 하며 정유사 중심 NCC 수직 계열화, 수평적 통폐합 등의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LG화학은 GS칼텍스에 NCC 통합 운영 방안을 제안했으며,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NCC 통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 성과는 제한적이다.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실질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정유 사업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대한유화 역시 자금 문제로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눈높이가 워낙 다르다”“각 기업이 자사 설비 감축보다는 경쟁사가 먼저 철수하길 기대하며 서로 버티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합작회사가 많은 석화업계의 구조적 특성도 의사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천NCC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대50으로 지분을 보유한 여천NCC는 최근 운영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양사의 입장차가 극명히 엇갈리며 디폴트 위기에 빠질 뻔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간 협의 과정에서도 세부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50대50 구조에서는 의사결정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내 석화산업의 경쟁력 퇴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설비 폐기 시 양도소득세 감면 △전력비 등 운영비 지원 △고부가 전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토로가 나온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파트너는 지난달 국회 포럼에서 “석화 업체가 잘못되면 연관된 2ㆍ3차 벤더 중소업체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결국엔 산단의 실물 경제가 악화되고, 이는 금융 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업체들이 협업을 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게끔 규제 장벽이 풀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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