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원전 건설ㆍ주기기 이어 해체공사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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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은설희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의 비관리구역 해체공사를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원전 해체는 고리1호기가 첫 사례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건설, 주기기 공급에 이어 해체공사까지 선점하며 전주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날 ‘고리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ㆍ야드(YARD)설비 해체공사’의 입찰금액 등 심사결과 두산에너빌리티가 1순위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투찰액은 184억6402만원으로 예가(227억5782만원) 대비 81.13%를 기록했다.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로 발주된 해당 공사는 지역의무공동도급이 적용됐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50% 지분을 갖고 부산 소재 HJ중공업(30%), 한전KPS(20%)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공기는 착공 후 30개월이다.
한수원은 오는 2037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해 고리1호기 해체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공사는 방사능 노출이 없는 노조사무실과 옥외탱크 방류벽 및 터빈건물 내부 설비 등을 철거하는 사업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이뤄지는 방사성 계통ㆍ구조물 철거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국내 원전 해체공사의 출발점이라 상징적인 공사로 여겨졌다.
이에 현대건설ㆍ대우건설ㆍDL이앤씨ㆍGS건설 등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에너지 플랜트 공사의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가 1순위를 거머쥐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82년 울진 한울 1ㆍ2호기를 시작으로 한울 3∼6호기, 새울 1∼4호기 등 원전 건설에 참여해 왔다. 또한 국내 주요 원전의 원자로를 제작 및 공급해왔는데, 이번엔 원전해체 공사의 첫 깃발까지 꽂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굵직한 에너지 플랜트 공사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존재감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KPS와의 컨소시엄도 돋보이는 지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해체 3D 시뮬레이션 △플라즈마 절단 △레이저 절단 등 기술을 확보했다. 한전KPS는 또한 △수중 로봇 원격 절단 △초음파 제염 △콘크리트 폐기물 감용 기술 등을 개발하며 방사성 구조물 해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한수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원자로 절단 기술개발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향후 관리구역 해체공사 입찰에서 협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사성 계통 및 구조물 철거공사의 입찰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해당 공사 발주 시점은 2031년 이후로 잡고 있다.
한편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영구 정지된 전 세계 원전은 214기지만, 2050년까지 588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5기이며, 상업용 원전 해체경험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고리1호기 해체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두 번째 국가가 된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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