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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조선족 동포 3명이 50대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1억 1천만 원의 현금을 횡령하고 강도자작극을 펼친 사건에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허위신고를 한 이모씨를 제외하고 부자 사이인 오모씨와 오씨의 아들에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이들 조선족 이모씨가 한국인 피해자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반복적으로 인출, 운반하는 심부름을 하던 중 이모씨가 오씨부자에게 현금을 빼돌려 건네준 뒤 경찰의 의심을 피하고 피해자에게 변명할 목적으로 ‘강도를 당했다’는 허위신고를 한 것에서 비롯되어, 검찰은 이들을 횡령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하였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형법 제137조에 규정된 범죄로 위계, 즉 속임수나 기망을 통해 공무집행을 방해할 때 성립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으며, 공권력과 사회 신뢰를 해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 진술이나 일부 정황 증거만으로도 기소하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씨부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데에는 부장검사 출신 김재호 대표 변호사의 치밀한 변론 전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변호한 김재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정밀하게 분석해 공소사실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허위신고는 이모씨의 단독 행위일 뿐, 오씨 부자가 경찰 출동을 유발하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강도를 당한 것으로 신고하자고 모의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는 점을 강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김재호 변호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단순히 허위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며, 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무집행방해의 의사가 있었거나 허위신고에 가담하였는지 여부가 핵심쟁점”이라며 “이번 판결은 형사사건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라는 대원칙을 다시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오씨부자가 단순히 현금을 운반하였을 뿐이고 이모씨가 경찰에 신고하리라는 점을 몰랐다는 점, 이모씨가 피해자에게 변명을 하기 위해 스스로 허위신고를 하였을 뿐 오씨 부자는 이모씨가 경찰에 자신들을 강도로 신고할 줄 몰랐다는 점, 횡령의 범행을 공모하는데 경찰에 스스로 이를 신고하는 것이 경험칙에 반한다는 점 등을 주장한 김재호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보여주듯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법리 해석과 증거 다툼이 승패를 가르는 만큼, 변호인의 조력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같은 공무 수행 관련 범죄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치밀한 법리 검토와 전략적 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소사실의 빈틈을 정확히 짚어내고, 증거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재판부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변호사의 역할이자 무죄 판결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김재호 변호사는 익산 이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부산지검을 시작으로 서울, 수원, 전주 등 주요 검찰청에서 검사와 부장검사를 역임했으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과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을 거쳐 2013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대전고검과 광주고검에서 근무하다 올해 6월 변호사로 개업해 의뢰인에게 풍부한 수사와 재판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부 장세갑 기자 c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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