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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안전 A to Z]진공 단열재·EHP 설치… 에너지 효율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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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2 06:00:48   폰트크기 변경      
용인중앙도서관 그린리모델링

낡은 외장재·창호 전면 교체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도 설치
‘디지털트윈 기술’ 도입 주목
시민과 공유해 교육까지 활용
30년만에 엘리베이터도 설치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지난 18일 찾은 경기 용인중앙도서관은 준공 32년이라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992년 단열 기준에 맞춰진 탓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낡은 냉난방 설비는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벽체 곳곳의 균열과 누수 흔적, 손상된 마감재는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용인중앙도서관 외부 전경. /사진:박흥순 기자


이용자들의 불편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도서관 직원들은 ‘채광, 환기, 온도 등 환경이 나쁘다’는 점을 가장 큰 불편사항(40%)으로 꼽았고, ‘공간이 비좁다’(29%)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이용자들 역시 열람실과 종합자료실(각 24%)의 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특히 30년이 지난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도 제기됐다. 결국 전체 응답자의 87.8%가 ‘그린리모델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정부의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낡은 공공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전환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보건소, 도서관 등을 우선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용인중앙도서관은 지역의 상징성과 사업의 파급효과 등을 인정받아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시그니처 사업’으로 선정, 용인도시공사에서 공사를 수행 중이다.


노후된 건물 구조체를 탄소유리섬유로 보강한 모습(좌측). /사진:박흥순 기자


“뼈대만 남기고 전부 바꾸는 공사입니다.”라는 현장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한 보수 공사가 아니다. 기존 건물 대비 에너지 소요량을 40% 이상 절감하고, 에너지 자립률 25%를 달성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건물의 ‘옷’에 해당하는 외피 성능을 극대화했다. 기존 외장재를 모두 뜯어낸 콘크리트 벽체 위로 얇지만 단열 성능이 일반 단열재의 10배에 달하는 ‘진공 단열재’를 꼼꼼히 부착했다. 이를 통해 기존 0.893W/㎡·K(와트퍼제곱미터켈빈)에 달했던 외벽의 열관류율을 법적 기준보다 훨씬 뛰어난 0.183 W/㎡·K까지 낮췄다. 창호 역시 단열과 기밀 성능이 뛰어난 42㎜ 로이삼중유리로 전면 교체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용인중앙도서관 건물 외부에 진공 단열재를 시공중이다. /사진:박흥순 기자


에너지 소비의 주범이었던 냉난방 시스템은 고효율 전기히트펌프(EHP)와 가스히트펌프(GHP)로 교체하고, 건물 전체에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해 창문을 열지 않고도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며 에너지 손실을 막도록 설계했다. 또 주차장 상부에 63.6㎾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한다.

용인중앙도서관이 시그니처 사업으로서 특별한 이유는 선도 기술인 ‘디지털 트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의 도서관 건물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에너지 사용량과 실내 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관리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관리자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건물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최적의 에너지 효율로 운영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시민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새로 구축된다. /사진:박흥순 기자


나아가 이 정보는 시민들과도 공유된다. 도서관 로비에 설치될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 연동돼 현재 태양광 발전량, 에너지 절감량, 탄소 배출 저감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출된다. 시민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그린리모델링의 효과를 체감하고,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공사는 에너지 성능 개선과 함께 이용자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데도 주력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엘리베이터다. 30년 만에 처음 생기는 엘리베이터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포함, 모든 시민이 장벽 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할 전망이다.


건물 중앙부를 메운 곳에는 도서관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사진:박흥순 기자


과거 옥상까지 뚫려 있어 냉난방 효율이 떨어지고 활용도가 낮았던 건물 중앙부(중정)는 3층에 바닥을 새로 만들어 흩어져 있던 사무 공간을 통합 배치했다. 1층과 2층은 벽을 허물어 개방적이면서도 어르신존, 청소년존, 디지털존 등 세대별 공간을 갖춘 통합 자료실로 재탄생한다. 어둡고, 비효율적이던 지하의 선큰가든은 햇살이 드는 쾌적한 북카페와 휴게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총사업비 84억1200만원이 투입된 공사는 내년 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리모델링을 거친 용인중앙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용인을 대표하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 곁에 돌아오게 된다. 낡은 콘크리트 건물에 녹색 숨결을 불어넣는 이번 사업은 공공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될 전망이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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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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