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급 가운데 근로자의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최소 지급분이 있는지는 성과급 지급 시기가 아닌 ‘지급 대상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예컨대 지난해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올해 성과급을 지급했을 때 지난해 기준으로 최소 지급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성과급을 올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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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 등 대한적십자사 전ㆍ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기말상여금(한 달 15일 이상 근무자에게 3ㆍ6ㆍ9ㆍ12월 15일에 지급하는 상여수당)과 실적평가급(성과급), 교통보조비ㆍ처우개선비 등은 통상임금’이라며 이를 포함해 다시 산정한 임금 차액과 퇴직금 증가분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통상임금이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말한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ㆍ퇴직금 규모가 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1ㆍ2심은 실적평가급 중 최소 지급분과 교통보조비ㆍ처우개선비 등은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반면, 기말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한 달 근로일수 15일 이상’이라는 조건이 달려있어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
앞서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으로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제시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세 가지 기준 가운데 ‘고정성’을 제외해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례를 바꿨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기말상여금에 대해 “봉급지급일수(근무일수) 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1ㆍ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대법원은 실적평가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제공했다고 지급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평가결과가 어떤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과급 중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돼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특히 대법원은 성과급 중 최소 지급분은 ‘지급 대상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새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우선 “전년도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 당해 연도에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그 지급 시기만 당해 연도로 정한 것이라면 해당 성과급은 전년도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하므로 전년도 임금에 해당하는 성과급에 관해 최소 지급분이 있는지는 지급 시기인 당해 연도가 아니라 지급 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최소 지급분이 있다면 이는 전년도의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전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실적평가급의 지급률은 당해 연도에 비로소 정해지는 것으로 볼 소지가 크고, 지급 대상기간인 전년도를 기준으로 볼 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하기로 정한 최소 지급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실적평가급이 해당 연도의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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