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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 전액 내라”…마을버스, 내년 1월부터 환승제 탈퇴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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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2 15:43:41   폰트크기 변경      
市ㆍ업계 정면충돌, 시민 불편 불가피

9년간 환승손실 8668억…지원은 2823억
시 “보조금 확대보다 회계투명 먼저”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시위 현장.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내년 1월 1일부터 대중교통 환승제도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적자 누적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곧바로 시민의 요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마을버스가 환승체계에서 빠지면 지하철·시내버스를 환승할 때 지금처럼 기본요금이 합산되지 않고, 탑승할 때마다 12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과 저소득층, 고령층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특별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 산하 140개 업체, 1600여 대 차량이 내년 1월 1일부터 환승체계에서 빠진다”며 서울시에 협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용승 조합 이사장은 “20년간 누적 환승손실금은 매년 평균 1000억원, 합계 1조원을 넘었다”며 “서울시는 더 자주 운행하라며 업계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이지만 환승 정산으로 실제 수입은 평균 600원대에 그친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연계 이용할 경우 업체 몫은 438원에 불과해 건당 762원씩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9년간 환승손실은 8668억원, 이 중 5845억원을 업계가 떠안았다.

이에 조합은 운임 정산 방식 조정, 환승손실 보전 규정 신설, 물가·임금 인상률 반영한 운송원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엔 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네 차례 집회를 벌였다. 내년 환승제 탈퇴에 대비해 티머니와 전용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계획도 내놨다.

한편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했다. 시는 2022년 495억원, 2023년 455억원, 2024년 361억원 등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해 왔고, 올해도 415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업체가 운행하지 않은 차량까지 등록해 보조금을 신청하거나 배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드러난 만큼 단순 적자 보전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시는 조합의 회계 문제를 꼬집었다. 재정지원을 받은 97개 운수사 중 36개사에서 총 201억원이 대표나 친인척에게 대여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재정 확대가 아니라 시민 서비스와 연계된 합리적 지원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성과 기반 지원제, 회계 투명성 강화, 운행 정상화를 골자로 한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016~2024년 데이터를 토대로 한 운송원가 재산정 용역도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탈퇴 선언이 정말 140개 업체 전체의 의사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일부 이사장단의 의견이 아니라 업계 전체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버스 업계는 이미 정관에 따른 공식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한다. 조합 정관상 과반수 이상 출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탈퇴가 의결됐고, 지난 5월 서울시장 면담요청 전에서도 탈퇴 방침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조합은 “이번 결정은 소수 목소리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공식 의사결정”이라며 “서울시가 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축소한다”고 맞섰다. 실제로 시청 앞 집회에는 120여 명 이상의 운수사 대표가 참여했다.

한편, 마을버스 업계 현장에서는 경영상 압박을 계속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대표는 “차량 10대를 굴리려면 전액 요금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8대분 비용만 주면서 10대를 다 운행하라는 것과 같다”며 “버스 한 대당 수십억 원 투자가 필요한데 손해를 보면서 계속 굴릴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조합 관계자도 “조례상 새벽 6시 전부터 밤 10시 이후까지 운행해야 하지만, 기사 월급조차 못 줄 상황이라 10시 1분에 막차를 종료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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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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