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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APEC 앞두고 트럼프에 ‘비핵화 포기’ 대화 조건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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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2 16:32:07   폰트크기 변경      
최고인민회의 연설…“韓과는 마주할 생각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반도와 주변의 정세추이를 엄정히 분석하며 공화국정부의 원칙적인 대미·대한 입장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대화 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내걸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2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을 대등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 정상은 트럼프 1기 시절 세차례 대면했으며,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방한 당시 판문점에서 만났다.

지난해 11월 재집권이 확정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해왔지만, 이번에는 연설 절반 이상을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재확인 △‘핵 포기 불가’ 의지 표명 △대미 대화 조건 제시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핵보유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미 및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 악화와 핵보유를 명시한 헌법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우리가 핵보유국으로 변천되게 된 것은 우리 국가의 생존이냐 사멸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취한 필수 불가결의 선택”이라며 “이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대남 관계에 대해선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며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부는 긴 안목을 가지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의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로의 발전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트럼프와의 친분을 언급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10월 말 경주 APEC 참석을 계기로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미 간 물밑접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주 APEC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 실무진의 논의가 전혀 없는데 두 정상이 마주앉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8년처럼 드라마틱하게 북미관계가 개선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엔 북한이 핵보유 인정, 대북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절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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